지금 대한민국에는 시인도 많고 시집도 많이 출판되고 있으나 사람들이 시를 안 읽고, 시집이 인기가 없고, 유명서점 시집 코너가 한쪽 구석에 초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인은 존중받는가?’라는 화두 앞에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또 독자나 일반인들이 자칭 타칭 시인이라는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특별히 주목받는 시집으로 인기 있는 유명 시인들도 있지만 그런 시인은 극소수이며 일반적으로 시인이나 시집이 크게 대접받지 못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자고 제의받지도 못하고 대다수가 자비출판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누구의 책임일까? 독자를 나무랄 수는 없다. 좋은 영화는 1000만 명의 관객이 모여든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고스란히 시인의 몫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등단 14년 동안 시집 한 권 내지 못했다. 아니 안 냈다. 어느 시인이 시집을 내면서 내 시집이 라면 끓인 냄비나 가구 받침용 물건이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는데 나도 약간은 그런 마음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집을 낸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무명 시인인 필자가 2년 전에 첫 시집 ‘문희(聞喜)의 노래’를 냈다.
보통 시집 2권 분량인 164편 모두가 내 고향 문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 정체성 부각과 문경의 문화, 역사, 명품, 명소 등 문경을 주제로 하여 문학으로 문경을 알리는 시집으로 기획 편집했다. 이 시집이 운이 좋아서인지 지방화 시대에 기획 의도 좋아서인지 자존심 상할 수 있는 자비 출판이 아닌 나랏돈(문화예술 창작활동비 지원)으로 시집을 출판했다. 어느 지인이 문경 50여 년 문학사에서 정부 지원으로 시집을 낸 것이 필자가 처음이라고 하였는데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시집 ‘문희(聞喜)의 노래’, ‘시인의 말’에서
육군 일병 시절, 전우신문에 활자화된 내 詩, 오랫동안 잠들었다 다시 깨어나,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시인이란 이름으로 14년, 그러고도 시집 한 권 없었는데, 나랏돈으로 시집을 낸다. 가장 문경적인 것이 한국적인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믿고, 내 삶의 터전‘문경’ 그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린 이야기, 인류 문명에 큰 변화를 초래한 코로나19 극복과 삶 등을 틈틈이 쓴 시, 스스럽지만 펴냅니다. 라고 했다.
그리고 ‘문화콘텐츠학 박사이며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인 권갑하 시인’께서 시집 해설을 써주면서 요약한 글 ‘이만유 시인의 시적 특징’을 소개하면, 첫째 시인의 시심이 남달리 뜨겁다는 점을 꼽았다. 시심은 불씨와 같아 뜨겁지 않으면 사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깊어질 수 없다. 둘째는 남다른 정신문화 의식을 들 수 있다. 이 또한 뜨거운 시심에서 분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문화로 모인다는 점이 소중하다. 셋째는 틀에 갇히지 않는 유연한 사고와 자세를 견지하고 있음이다. 이는 자유시를 쓰면서 우리 민족의 정형시인 시조를 창작하고 있음에서 그 일면을 읽을 수 있다. 이 또한 관습화된 틀을 거부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마침내 경계에서 꽃을 피우고자 하는 자유 의식의 발로라 할 것이다.
이 시인은 “지금은 지방화시대, 글로컬리즘(glocalism)의 시대다. ‘지역 중심의 세계화’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 지역 문인들의 문학 활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의 특수한 고유성에 객관적 보편성을 더할 때 진정한 의미의 명작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만유 시인의 지역 문화운동에 기반을 둔 문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 활동은 예사롭지 않은 족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했다.
시집을 내고 난 뒤, 밤새워 읽었다./ 며칠 동안 끝까지 다 읽었다./ 문경을 주제로 한 시집답게 이 시집이 문경이다./ 문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언제 밥 한번 먹자./ 카페에 올리고 독후감 쓸게요./ 문경 관련 책을 내는데 詩를 사용해도 될까요./ 저도 고향이 문경이라 마치 고향 속에 있는 듯 합니다. 두고두고 잘 감상하겠습니다./ 덕분에 문경에 대해 추억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느 시와 달리 술술 잘 읽혀서 좋았고 문경 사투리도 간간히 눈에 띄어 정겨웠습니다./ 저의 고향 문경을 이토록 쉽고 재미있고 깊이 있게 받아 적어주셨네요. 언제 한번 뵙도록 하지요./ 고향 문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담긴 좋은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시집 연휴를 즐겁게 합니다. 제 고향 문경을 다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어 참 멋진 시집입니다./ 마스크로 뒤덮인 우울한 나날 속에서도 <신선한 열정>으로 서정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시고, 시의 참모습을 다시금 일깨워 주는 주옥같은 시편들로 하여 저의 나날이 더불어 즐거워지겠습니다./ 진정한 문경인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멋진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집을 받아봅니다. 너무 멋져요. 독후감 쓸게요./
특히 문경 출신 ‘한민족독도사관학교 관장’이며 ‘독도 시인 천숙녀 시인’이 ‘문희(聞喜)의 노래’ 시집에 실린 모든 시를 ‘풀꽃 시화’로 만들어 코팅해 보내줬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시집을 읽고 소감과 격려 말씀을 보내눠 부담을 가졌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으며 시집 출판을 후회하지 않게 되었다.
반응
- 시집, “문희(聞喜)의 노래”를 내고 -
/ 이만유
내 시집 보냈더니 이런저런 인사말 중
“술술 잘 읽히는 시 그래서 좋았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칭찬인 듯 아닌 듯
특별히 주목받는 명작은 못 되지만
어려운 시 사양하고 짧게 쉽게 재미있게
그렇게 쓰자 했는데 그럭저럭 뜻대로
나무에 바람 스치듯 쉽게 쉽게 읽히지만
시루에 물 빠져도 콩나물은 자라듯이
가슴속 여운이 남는 그런 시가 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