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도 지난해 수준의 역대급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의 한낮 최고기온이 30.2도까지 치솟으며 85년 만에 가장 높은 5월 상순 기온을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벌써부터 시동을 걸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일웅 강릉원주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도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발생 가능성으로 올해 기온도 평년보다 높다”며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해만큼이나 올해 여름도 비슷하게 더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다수 국민을 고통스럽게 했던 기록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해 7월22일부터 8월25일까지 평균 최고 기온은 33.46도였다. 역대 최악의 무더위로 꼽히는 1994년 같은 기간(33.56도)과 0.1도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지난해 8월 전국 폭염일수는 16.7일을 기록해 1973년 기상관측망을 전국으로 확충한 이래 최곳값을 경신했다. 열대야 일수는 6.7일로 2013년(9.2일), 2010년(8.4일), 1994년(8.4일), 2012년(7.1일)에 이어 5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서울의 폭염일수는 총 24일로 역대 4위를 기록했다. 이는 1994년(29일) 이후로는 최대치다. 가장 더웠던 해는 1939년(43일)이었으며 이어 1943년(42일)으로 집계됐다. 서울 열대야 일수는 32일로 1994년(36일) 이후 가장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폭염경보는 낮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발효된다. 열대야는 밤(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이다.기상청 역시 올해 여름이 평년(6월 21.2도·7월 24.5도)보다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여름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예정”이라며 “더운 날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계절적으로 여름철이 되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가 덥고 습한 기단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확장시켜 강한 더위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지표면을 가열하는 복사열과 도심효과 등도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울의 최고기온이 30도라고 가정했을 때 도심의 복사열까지 더해지면 35~40도까지 치솟을 수 있다.밤에는 고기압권에서 바람이 약하고 습도가 높아 낮 동안 누적된 열이 충분히 식지 못해 열대야가 나타나게 된다.마른장마도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장마철 내린 물이 증발하면서 도심의 열을 빼앗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뜨거워진 지면으로 공기의 기온이 올라간다는 논리다.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기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는 특성이 있다”며 “부산에서 올라오는 기류가 장기간 내리지 않는 비로 계속 데워지면서 서울로 올라오기 때문에 서울 기온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후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고 했다. 폭염이 찾아오기 2주 전쯤 돼야 정확한 날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상욱 한양대 에리카 과학기술융합대학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폭염이 해수면 온도의 상승(엘니뇨),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지만 언제 어떻게 나타난다는 정확한 패턴이 없고 변동성 또한 커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며 “해수면 온도를 보면 지난해와 또 패턴이 달라 ‘지난해만큼 더울 것이다’라고 확실하게 말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