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환경문제의 시급한 과제로 미세먼지가 떠오른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내 대책은 물론 ‘환경외교’로 본질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지금까지 정부의 대책은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관공서 차량운행 제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경유값 인상 검토 등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국내 연구기관의 조사에서 1급 발암물질로 생명까지 위협하는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발 황사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여러차례 나온 만큼 효과가 제한적인 국내용 대책보다 환경도 외교적 관점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즉, 미세먼지 문제를 국제적으로 악화된 대기환경으로 바라보고 중국과의 공조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문제는 정부가 미세먼지 논란이 일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해 중국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중국에 대한 비난과 비하로 화풀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는 점이다.심지어 백령도의 미세먼지 수치 1년6개월 분량이 오류인채 방치돼온 사실이나 한국내 미세먼지 발생은 고등어 구이 탓이라는 환경부의 궤변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환경부가 평가하고 있는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도 정부 내에서 자체적으로 대기질 모델을 활용해 계산한 추정치일 뿐, 구체적인 중국내 미세먼지 발생원이나 기상 자료 등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산출한 것이 아니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지금처럼 미세먼지에 관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방법은 중국과의 환경외교 강화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20여년 전부터 미세먼지 확산과 상호 영향에 관한 연구들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상당수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될 만큼 연구의 수준이나 방법이 신뢰성을 얻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연구 등 각종 미세먼지 연구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학술적으로 앞서 있어 중국과의 공조없이 미세먼지 대책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도 나온다.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비협조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중 공조는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서 “중국과 필요한 자료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고 금년 8월 한중일 장관회의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표될 것이다. 중국도 미세먼지쪽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수용하면서 충분히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환경부는 한·중 양국간 미세먼지 공조대응 강화 일환으로 올해 4월부터 중국 동북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중 대기오염 공동연구에 착수하고 현지 공동저감사업도 산동·하북·산서성에서 요녕성·내몽고 지역으로 확대했다. 최근 열린 한·중·일 국장급 회의에서는 내년께 미세먼지 대응 컨트롤타워격인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중국 베이징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베이징에 설치·운영중인 한·중대기질공동연구단의 중국 북부지역 대기성분 공동조사(가칭 칭티엔(晴天)프로젝트)도 양국 환경부가 적극 협력하고 모니터링 및 예보 전문가간 협의를 통해 중국 대기질 측정자료 공유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황성현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중국발 미세먼지가 실제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객관적인 조사나 연구를 통해 나와야 향후 중국에 책임을 물리는게 가능할텐데 현재의 상황에서는 그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황 팀장은 “지금 당장 특정 국가에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한·중 공동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 몽골, 일본 등과도 공동연구를 확대해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문 대통령이 미세먼지 공약으로 임기내 배출량 30% 감축을 제시하면서 한중 정상외교의 핵심의제로 미세먼지를 다루겠다고 공언한 만큼 환경외교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부는 한중 환경외교를 새 정부들어 새롭기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공조대응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환경부 관계자는 “시점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중국도 미세먼지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받아줘야 환경부에서도 실질적인 논의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미세먼지는 구체적인 어젠다로 설정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양국 정상회담에서 논의되면 공조가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