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인류 발전을 상징한다.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인류는 그들의 나름대로, 기록을 하여, 기억을 역사에 남겼다. 문자의 탄생일이 있는, 민족은 우리 한민족 뿐이다. 이 같은 우리 문자로 기록한 것이 문학이란 장르나 역사로 남았다. 이게 세계적인 것은 세계기록 유산(Memory of the World)이 된다.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가치가 높은 기록물을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의 유산이다. 인류의 소중한 기록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지정된다.
우리나라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1997), 조선왕조실록(1997), 직지심체요절(2001), 승정원일기(2001), 해인사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 조선왕조 의궤(2007), 동의보감(2009), 일성록(2011),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2011), 난중일기(2013), 새마을운동기록물(2013),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2015), 유교책판(2015) 등이다.
이 같은 세계기록유산에서 지난 26일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내방가사’(347점)가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MOWCAP)총회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이하 유네스코 아·태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내방가사(內房歌辭)는 조선 시대에 주로 양반가의 부녀자들이 지은 문학의 한 형태다. 규중가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 후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한국 남쪽 지방의 양반가에서 특히 유행했다. 한글로 된 것이 많아, 한글 발달에 영향을 줬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예술성이 잘 표현됐다.
현재 두루마리에 한글 궁서체로 쓴 6000여 필이 넘는 작품들이 전한다. 내방가사 전승과 보존을 위한 대표적 단체는 경북 ‘안동내방가사전승보존회’가 있다. 안동시는 기존 세계기록유산 국제목록 ‘한국의 유교책판(2015)·국채보상운동 기록물(2017)’2종과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목록 ‘편액(2016)·만인의 청원 만인소(2018)·내방가사(2022)’3종, 총 5종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는 도시가 됐다.
이날 등재된 ‘내방가사’는 1794년부터 1960년대 말까지 창작된 347점의 작품이다. 한국은 유교적 이념과 남성 중심주의가 주류 문화를 형성했다. 때문에 글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환경에서 ‘내방가사’는 동아시아의 강한 남성중심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과 이를 극복해 보려는 그들의 노력이 녹아 있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내방가사는 지난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를 위한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 6월 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총회(이하 MOWCAP)에 제출됐다. 이후 MOWCAP 산하 등재심사소위원회(RSC)의 심사를 거쳐, 지난 26일 최종 등재가 결정됐다.
권기창 안동 시장은 안동 여성의 정신과 주체성을 보여준 내방가사가 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안동 여성의 삶과 문학정신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다. 안동의 우수한 기록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록유산의 중심도시로 위상을 높인다.
같은 날 문화재청에 따르면, ‘내방가사’외에 ‘삼국유사’,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 등 3건이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위원회(MOWCAP) 총회에서 아태 지역목록으로 최종 등재됐다. 세계기록유산 아태 지역목록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단위에서 시행되는 기록유산 프로그램이다.
새로 목록에 오른 ‘삼국유사’는 일연 스님이 고려 충렬왕 때인 1281년 편찬한 서적이다. 역사서로 알려졌으나 한반도 고대 신화, 역사, 종교, 생활, 문학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종합서다. 위 같은 기록문화재가 등록됨으로 한민족은 ‘기록하는 민족’으로 전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이를 잘 간수하고, 발굴·보존할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