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늙어가고, 이러다간, 한반도의 인구가 소멸하다는 위기감이 곳곳에 감지된다. 인구는 그 규모, 구성, 동태 등과 같은 특성으로, 경제 성장·건강·교육·가족 구조·범죄 유형·언어·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준다. 인류 사회의 거의 모든 면들이 인구 추세에 관련된다. 인구가 준다는 것은 국력이 줄고 나중엔, 경제 성장도 절벽과 맞닥트린다.
인구절벽을 보면, 통계청의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출생아 수는 2만 1758명이었다. 1년 전보다 524명(-2.4%) 감소했다. 국내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부터 77개월 연속으로 동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800명(4.3%) 줄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였다.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다. 2020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통계청의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2만 441명이었다. 작년 같은 달보다 8.6% 감소했다. 출생아 수는 2016년 4월 이후 76개월째 매달 동월 기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9월 통계청의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고령인구 구성비)이 올해 17.5%에서 2070년 46.4%로 28.9%포인트 커진다. 한국 고령인구 구성비는 2069년 46.4%가 된다. 한국은 2070년 기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령인구가 생산연령 인구를 웃돌게 된다.
지난 14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방소멸 시대의 인구감소 위기 극복 방안’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의 지방소멸이 가속화했다. 대구를 포함한 모든 광역시가 초고령 지역으로 진입한다. 초고령화 지역으로 진입한 경북과 전남이 지방소멸 위험 단계로 분류됐다. 비수도권의 나머지 도(道)지역과 일부 광역시는 지방소멸 ‘주의’단계로 분류됐다.
지방소멸 주의 단계에 포함된 대구와 부산의 경우, 지방소멸의 진행 속도가 전국 평균보다 가팔랐다. 연구원은 대전·광주·인천도 지방소멸 주의로 분류됐다. 하지만 전국 수준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렸다. 정상 단계와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는 점에서 대구·부산과는 다르다.
시·도별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보면 전국 평균이 0.81이었다. 대구는 0.76이었다. 지방소멸 위험지수는 가임기 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산출 값이 1.0이하면 인구소멸 ‘주의’단계다. 0.5 이하면 인구소멸 ‘위험’단계다. 연구원은 또 상대적으로 고령화 수준이 낮은 인천·울산 등이 6년 내 초고령 지역이 된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8년 이내 초고령 지역으로 진입한다.
연구원은 지역 간 인구 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의 전국 228개 시·군·구의 인구 변화에 따르면,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소멸 위기’지역은 59곳에 달했다. 이 중 소멸 ‘우려’ 50곳(21.9%)이었다. 소멸 ‘위험’은 9곳(3.9%)이었다.
소멸 위험지역에 경북은 울릉·봉화·청송·영양, 경남 의령, 전남은 신안·구례, 인천 옹진, 강원 고성 등이다. 이들 지역 지표는 전국 평균(1.0)의 절반(0.5)에도 못 미쳤다. 연구원은 인구 감소가 비수도권 군 단위 지역뿐 아니라 수도권과 광역시로 확대한다. 수도권과 광역시도 빠른 속도로 지방소멸을 향해 간다고 경고했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서울의 주민등록 인구는 949만 6887명으로 집계됐다. 1000만 명이 처음 깨진 것은 2016년 5월말이다. 당시 999만 5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후 50만 명이 더 줄어 들었다.
수도권의 쏠림 현상도 인구에선 지방과 다름없다. 인구문제는 단기 처방으론 안 된다. 적어도 50년 정도의 단위로 전국의 지자체가 모여, 인구의 증가를 풀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