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가 지난 9일, 영아살해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21·여)씨와 영아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B(21·여)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직계 존속이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영아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B씨는 피해자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다.
한편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A씨는 전부 인정했지만, B씨와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B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 A씨가 방치한 피해자를 최대한 빨리 구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피고인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유기한 사실이 없고 고의도 없었으며 사망의 결과를 예견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태아의 친부가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고 경제적 지원을 받을 방법도 없어, 친구인 B씨와 임신 상황을 공유하며 낙태를 계획했다.
임신 35주 차에 이르러 A씨는 낙태를 시도했으나 실패, 자신이 거주하던 집 화장실 변기에서 남아를 출산했다.
출산 과정에서 A씨는 아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됐지만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피해자를 알 몸인 상태로 차가운 변기에 방치, 변기 뚜껑을 덮은 채 집을 나서 분만 직후 영아를 살해하려다, B씨가 영아를 데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간 B씨는 화장실 변기 속에 있던 신생아를 꺼내 간단히 온수로 씻기고 티셔츠로 감싼 다음 자신의 집에 데리고 왔다.
B씨는 심각한 저체온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담요에 덮어 전기장판 위에 올려놓고 물을 반 숟가락 입에 넣어주고 간헐적으로 체온을 재는 것 이외에는 생명 유지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 신생아는 끝내 저체온증과 부적절한 영양공급 등으로 B씨 주거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가 요청한 증인과 A씨에 대한 신문이 계획된 속행 공판은 다음 달 21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