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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아도위 창립 1주년' 학술토론회 뒤돌아보며

오재영 기자 입력 2022.10.31 14:14 수정 2022.10.31 14:22

이만유 아리랑도시문경시민위원장


도시마다 역사, 문화, 특색, 성향, 위치, 경험, 기억 등에 의해 그 도시만의 색깔과 이미지가 있다. 이러한 공간에서 수백 년, 수천 년의 삶을 영위해 온 사람들이 유무형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지역이나 도시의 정체성이 결정된다.

우리 민족의 노래 아리랑이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2015년 12월 경북 문경시가 ‘문경, 세상의 모든 아리랑을 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아리랑도시 문경’을 선포하였다. 이에 발맞춰 2017년 6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순수 민간단체로서는 처음으로 ‘아리랑도시문경시민위원회’(이하 아도위)를 창립하여 아리랑의 연구, 발굴, 보존, 전승, 홍보, 교육, 공연을 통해 ‘아리랑도시 문경’의 위상을 높이며 아리랑 문화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아도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나름 노력하면서 지난 2018년 7월 30일 ‘문경새재아리랑 정체성과 위상 정립’이란 주제로 ‘아도위 창립 1주년 기념, 제1회 학술토론회’를 개최한 바가 있다. 그 이후 4년여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문경새재아리랑 부르기 운동”‘찾아가는 아리랑학교’ ‘기준악보 제정’ 참여, ‘팔도 및 디아스포라 아리랑제’에 주도적 참여, ‘서울아리랑페스티벌’참가 ‘전국 유명 아리랑 탐방’‘코로나아리랑 창작 및 발표회 개최’ 등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지만, 대내외적 요인으로 아직은 미흡하고 할 일도 많다.

그래서 문경새재아리랑이 5천만 모든 국민이 알고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꿈꾸며 4년 전 처음으로 개최하였던 학술토론회 때 가졌던 꿈과 희망이 퇴색되지 않게 분발하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래 기술하는 2018년 학술발표회 때 필자가 한 인사말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던 대로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헌신적인 42명의 아도위 위원들과 함께 초심을 유지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여 문경새재아리랑의 새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를 다져 본다.

< 인사말 >
이번 아도위 창립 1주년을 맞아 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던 중 ‘아리랑도시 문경’이 올해 ‘세계아리랑제’를 계획하고 있음에 즈음하여 ‘문경새재아리랑 정체성과 위상 정립’이란 주제로 ‘제1회 학술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오늘 의미 있는 날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함께 자리해주신 내외귀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발표하고 토론할 세부 주제는 ‘문경새재아리랑 정체성과 위상의 재발견’과 ‘축제를 통한 문경새재아리랑의 정체성과 위상 정립’입니다. 주제발표자, 지정토론자, 질의응답에 참여하시는 시민들께서는 아리랑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과 적극적인 참여로 토론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번 학술토론회에서 전문가가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리랑의 주인이신 시민 여러분께서 발언하시는 자유토론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서 보고 느낀 바를 특히 아리랑도시 문경의 위상을 높이고 아리랑제에 대한 실현 가능한 의견과 조언을 아끼지 마시고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저는 이번 기회에 문경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성공한 축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옛길이 많아 ‘길의 고장 문경’이 될 수도 있고 근대 아리랑의 뿌리로 ‘아리랑도시 문경’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축제는 당연히 축제마다 특성과 목적이 있고 축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보편성과 특이성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아리랑도시 문경’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경새재아리랑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이라는 보편성과 ‘근대 아리랑의 시원’으로서 문경새재아리랑이 부각되어야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토속민요인 ‘문경새재소리’의 존재와 그 소리가 경복궁 중수 시 한양으로 올라가 경기권에 유행하여 1896년의 미국인 선교사 H.B. Hulbert가 영문 잡지 ‘Korean Repository’에 실은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 나간다.’라는 사설이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리랑 채보 기록과 아리랑을 서양에 알리게 된 역사적인 사실에 이어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 영화 주제곡인 본조아리랑으로 이어지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1865년부터 7년간 경복궁 중수 시 한양 간 토속민요 ‘문경새재소리’가 문경으로 다시 돌아와 향토민요 아리랑으로 분류되는 ‘문경새재소리 아리랑’이 되고, 다시 통속 민요라고 할 수 있는 ‘문경새재아리랑’으로 된 변천 과정을 겪는 것과 1930년 대구 출신 국문학자 이재욱이 쓴 ‘영남전래민요집’ 의한 ‘경북아리랑’으로 지칭한 ‘문경아리랑’의 존재와 진도아리랑에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라는 사설이 있는 것 등으로 인해 근대아리랑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문경새재아리랑이 문경이라는 지역성을 넘어 확장성을 보인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아리랑고개는 아리랑과 고개의 합성명사이고 위에 기술한 영남전래민요집은 물론이고 1896년 발표된 헐버트아리랑과 1911∼1912년 일제강점기 총독부 조사 자료에 근거해서 아리랑 고개는 바로 문경새재이다. 라는 김연갑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의 문경새재아리랑의 정체성에 관한 "아리랑고개론"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문경만이 가진 특이성을 가지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문경아리랑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할 수 있는 축제가 구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문경새재아리랑제는 아리랑의 전승과 보급, 전통문화의 계승과 지역문화로서의 정착, 지역민들의 상생, 대동의 장이 되고 아리랑을 통한 문화적 시민 통합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등 다기능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문경새재아리랑제’가 소수 아리랑에 관심 있는 주민이나 관광객의 축제로 머무르지 않도록 하고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축제가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러자면 팔도 아리랑의 만남과 세계 각국의 교포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 시대에 맞고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고 단계적 발전과 변화를 통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금년도 추진하려는 ‘세계아리랑제’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습니다. 너무 의욕만 넘치고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며 문경시민도 문경새재아리랑을 잘 모르고 대다수 국민도 문경새재아리랑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과 부족한 예산, 추진 주체의 불안정 등의 여건에서 세계아리랑제 개최는 관 주도 전시행정의 표출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수준까지 전승(무형문화재 지정 등), 보급과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 등 나름대로 기반을 조성 후에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면 명실상부한 세계아리랑제는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치고 필요 예산을 확보하여 지금부터 한 3∼5년쯤 후에나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짧습니다. 국제행사를 치를 예산도 부족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점에서 2018년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담긴 제안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문경에서 천 리 떨어진 먼 곳 진도, 그 진도 사람들이 부르는 진도아리랑 첫 사설에 왜 문경, 새재, 물박달이란 낱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문경아 새재야 물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는 이 사설이 전국의 많은 아리랑에서 불리고. 심지어 북한, 해외 아리랑에서까지 불리는 이유는 뭘까요? 이걸 알면 우리 문경새재아리랑의 중요성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아리랑 도시가 아리랑 도시답게 되는 그날을 위해 그때그때 유명 인사 몇몇 모셔와 소수 몇 사람들이 여론 수렴 없이 관 주도적이며 비합리적으로 아리랑 정책을 입안 추진함이 아니라 저항·대동·상생이라는 아리랑 3대 정신을 기본으로 아리랑의 주인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소중히 생각하고 함께 가는 아리랑도시 문경이 되길 소원하며 오늘 학술토론회에 참석하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와 바라본 오늘, ‘아리랑도시 문경’은 어디로 갈 것인가? 아리랑은 어느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긴 세월 뿌리를 내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아리랑을 포함하여 그 지역 정체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더구나 많은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임기 동안 잠시 그 지역을 대표하고 시정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 뿐, 지역이나 도시의 근본이 되는 문화와 역사의 총체인 정체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아리랑은 수백 년 이 땅의 주인인 민초들이 그들의 삶을 노래한 것이고 그 안에 그들의 혼이 깃들어 있고 문경 지역의 문화로 고체화되어 있다. 그래서 당연히 아리랑은 문경 정체성의 핵심의 한 요소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문경의 역사이고 문화이고 뿌리라는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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