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정점 지나는 중” vs “더 간다” 전망침체 PC시장에 회복신호 “D램 호황 연장 될 것”지난 3월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역대 3위의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처음으로 70억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사상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과거와는 다르게 4차산업혁명과 맞물리면서 울트라슈퍼사이클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23일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반도체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조1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 10조891억원, 1개월 전 전망치 11조611억원에 비해 각각 20.6%, 10.0% 증가한 것으로 이익 전망치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두번째 규모인 9조9000억원(잠정실적)으로 전년 같은기간 6조6758억원 대비 48.3%나 증가할 전망이다.SK하이닉스는 '분기 2조원 영업이익 시대'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에선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2676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 5618억원에 비해 무려 303.6%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이익은 코스피 상장사 전체 이익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국내 증시 상승의 원동력이자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인 셈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도체 메모리 시장은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올해 반도체 시장과 기업 실적이 전년에 비해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IC인사이츠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이 각각 전년 대비 39%,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최근 IT(정보통신)부문 투자 확대 배경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향후 5년간 연평균 3∼7%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2020년대 초반까지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하지만 분기별로 나눠 보면 1분기나 2분기에 반도체 사이클이 정점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전망이 엇갈릴 만큼 논쟁이 뜨겁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현재 D램 업황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며 "모바일 D램의 경우 작년 강하게 나타났던 채용량 증가추세가 스마트폰업체들의 원가부담 상승으로 올해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도 "현재의 반도체 시장 호황이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일시적으로 생긴 공급 부족 현상 때문"이라며 "D램 시장이 2분기부터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반면 메리츠종금증권 김선우 연구원은 "작년 중반부터 시작된 D램 가격 상승 이후 모바일업체와 PC업체로부터의 가격 저항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공급 부족은 D램 가격의 추가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노무라증권은 "현재의 반도체 상황은 그냥 슈퍼사이클이 아닌 울트라 슈퍼사이클"이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또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침체 됐던 PC시장의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D램 시장 호황이 추가로 좋아질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1분기 PC 출하량이 전년동기 대비 0.6% 증가한 6030만대라고 밝혔다. IDC는 PC 출하량이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어 업계에선 PC 시장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한화투자증권 이순학 연구원은 "스마트폰과 서버에 이어 침체돼 있던 PC시장마저 회복된다면 D램 시장 호황은 장기화 될 것"이라며 "D램 시장은 적어도 3분기까지는 호황 국면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업황의 호황 국면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는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사이클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반도체 시장은 3~4년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반도체 호황 사이클은 수백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나타나는 변화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상승 랠리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뒷받침하고 있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원동력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에서 출발한 4차 산업혁명이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소비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3D낸드와 같은 저장메모리와 D램과 같은 기억소자의 수요 폭발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이정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과 통신네트워킹 기술, 기계산업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며 "대규모 서버 투자와 모든 기기의 스마트화가 이뤄지면서 3D낸드와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최근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초호황은 이러한 산업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란 점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4차 산업혁명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아닌 시스템 반도체 기업 주도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서비스를 구현하는 분산형 기술로 엣지컴퓨팅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엣지컴퓨팅은 네트워크 상의 컴퓨팅기능을 엔드포인트(구동 디바이스)에 근접한 곳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극도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에서는 순간적인 네트워크 지연이나 데이터 전송오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연결 이슈와 컴퓨팅 트래픽 부담이 없는 엣지컴퓨팅이 주목 받는다는 것.국내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5% 안팎이다. 한국투자증권 정희석 연구원은 "최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산업에서 새로운 컴퓨팅 방식으로서 분산형 엣지컴퓨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엣지컴퓨팅 시장은 엔비디아,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