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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통계의 오류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2.09.19 12:34 수정 2022.09.19 13:19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얼마 전 지인이 분양받은 아파트를 급히 내놓았다고 한다. 분양 당시는 꽤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규제로 매수 심리가 사라지고 매도 시점을 저울질하는 매도자가 많아지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하여 손해인 줄 알지만, 개인 사정으로 급히 팔아야 해서 부득이 아파트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부연 설명까지 하였다.
 
때마침 전국의 아파트값 하락에 대해 조명하는 뉴스가 최근 부쩍 많아지고 있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다. 요즈음은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 외에 가장 많이 회자 되는 뉴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0.2% 하락했고, 그 폭이 최근 10년 만에 가장 크게 떨어진 수치라고 하는 며칠 전 뉴스 헤드라인이 떠올랐다. "대구 아파트값 ‘끝없는 추락’”이라는 유명 일간지 기사도 있었다. 대구는 2012년 5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하락 폭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하면서 그 폭이 0.24%나 된다고도 하였다.
 
혹자는 2%도 아니고 겨우 0.2% 내린 것을 두고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아닌지, 또 그런 수치를 두고 10년 만에 최대의 낙폭 운운하는 것을 과잉반응 쯤으로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0.2% 하락이라면, 1,000원에 겨우 2원 내린 것일 뿐인데 이렇게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이건 단순한 호들갑 수준이 아니다.

만약 10억짜리 아파트의 0.2%는 겨우 200만원 일 뿐인데, 그렇다면 10억 아파트가 0.2% 내렸다
하면, 9억 9800만 원에 거래되었다는 것이 곧이곧대로 해석이다. 이건 거의 내리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평균 3억 원 아파트라면 0.2% 하락해봤자 겨우 60만 원 내린 거니까 별문제 없어 보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것이 10년 만에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세간의 큰 이슈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

비밀은 계산방식에 있다. 만약 대구에 100채의 아파트가 있는데, 한 채당 1억씩이라고 하자. 그러면 1억×100채=100억인데, 그중 1채가 8000만 원에 팔렸다고 한다면, 나머지 아파트 시세도 대개 그런 폭쯤으로 떨어졌을 것이지만, 일단 통계적으로는 매매되지 않은 99채는 모두 하락하기 전 가격인 1억씩 계산되어 통계에 반영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99채×1억=99억이고, 나머지 팔린 1채는 8000이니, 이때 대구 아파트는 모두 99억 8000(99억+8천)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하락 폭은 0.2%(2000÷100억)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팔린 1채만으로는, 매매되지 않은 나머지 99채의 전반적 가격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계산이 되어버리는 오류를 범하는 셈이다.

뉴스는 또 “A지역은 B지역 보다 2배 이상의 낙폭을 보여, A지역 아파트 하락 폭이 최대다”라고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도 꼭 맞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지역의 아파트 수에 비해 매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작으면 작을수록 실제 하락 폭과 상관없이 통계적으로는 작게 표현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지난 추석 물가발표에 대해서도 설왕설래다. 뉴스에 등장하는 주부들은 ‘10만 원으로는 제대로 된 제수용품을 살 수도 없을 만큼 물가가 올랐음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몇 개월 전에 무 1개를 1000원 남짓에 산 기억이 있다는 어느 주부는, 추석 때 같은 크기를 2000원 이상의 가격표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또 오르지 않은 물건이 거의 없는 형편인데 당국에서 발표한 물가상승률은 5%대라고 하여 체감물가와 차이가 많이 난다고도 하였다. 무 1개 값이 1,000원 하던 것이 1,050원이어야 5%인데, 그것이 2,000원이나 하니 100% 오른 셈인데, 왜 5%라고 하는 것일까?
 
이것 또한 통계의 계산방식 때문이다. 팔리지 않은 대부분의 아파트를, 시세와는 상관없이 오름폭을 0으로 반영하듯, 물가상승률 계산에서 대상품목에 포함되지 않는 상품의 가격은 아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가상승률은 현장에서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물가와는 큰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물가 반영 품목에 들어있지 않은 상품이 아무리 큰 폭으로 오르더라도, 현실에서의 물가는 전혀 오르지 않은 것으로 통계적으로 해석해버리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올바른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바른 통계 장치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올바른 정책수립을 위한 여러 가지 현실적 시도가 반드시 올바른 통계결과에 바탕을 두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통계방식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0.2% 아파트값 하락이라는 정부 발표가 맞나 틀리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파트값 시세를 이해하는 현실적 사례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고, 추석 물가상승률 5%가, 시장에서의 현실물가가 전반적으로 5%만 오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계가 가진 오류에 매몰되지 말고 현실을 바탕으로 한 사례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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