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참 어렵다. 풍년이 들어도, 흉년이 들어도 그렇다.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는 이젠 고전이다. 물가는 올라도 쌀 값은 늘 고정이다. 그 흔한 카페에선, 커피 한 잔이 밥 한 공기 값에 그친다. 또한 빵 한 조각에도 못 미친다. 만경창파(萬頃蒼波)는 없다. 있을수록, 아메리카노와 빵 조각의 값보다 점차 싸진다. 그 옛날의 만경창파는 허허들판이다.
올해 벼 작황은 좋다. 풍년이 예고된다. 농민들에게는 기쁨이 아닌, 근심거리로 다가온다. 2021년산 구곡 재고 문제가 계속되어, 쌀 값은 크게 떨어진다. 올해 산(産) 햇벼 생산량은 평년작 수준을 웃돌 것이다. 농민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간다.
지난 14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전북도연합회에 따르면, 결의대회를 전북도청 앞에서 갖고, 폭락한 쌀값에 분노한 전북 농민들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삭발시위를 강행했다. 비료·농약·기름·사료 값 모두 올랐다. 하지만 유독 쌀 값만 45년 전으로 추락했다. 정부가 쌀 값을 작년 가격으로 회복시켜, 전량 매입해, 농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쌀 밥 한 공기 밥은 한국인의 1인당 하루 쌀 소비량(2020년 기준)이다. 1985년 128㎏이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2015년 62㎏이었다. 2020년에는 57㎏까지 줄었다. 밥 한 공기가 100g 정도다.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이 158g이다.
5년간(2015∼20년) 쌀 식량자급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01%였던 쌀 자급률은 2020년 92.8%로 감소했다. 식습관의 서구화, 먹을거리의 다양화 등에 따른 변화다. 고기의 연간 1인당 소비량은 1970년 5.3㎏에서 2020년 54㎏으로 급증했다.
이철우 경북 지사(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는 쌀값이 최대 하락폭을 기록에 따라 전국 쌀 주산지 8개 광역자치단체 도지사들과 쌀 값 안정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산지 쌀 값은 세 차례 시장 격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5일, 22만 7,212원/80kg을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했다. 지난 달 말에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17만 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 5일 기준 16만 4,740원/80kg을 기록했다. 비료와 농자재 가격은 연일 오르나, 쌀값은 연일 폭락한다. 농업인들은 망연자실(茫然自失)한다.
쌀 주산지 8개도(경북, 경기, 강원, 충남·북, 전남·북, 경남)를 대표해, 이철우 경북 지사와 김영록 전남 지사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쌀값 안정 대책 마련 촉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 성명서에서 생산비 상승과 쌀값 폭락으로 농업인들이 이중고(二重苦)를 겪는다. 쌀농사가 흔들리면 농업인들의 삶은 대한민국을 흔든다. 중차대(重且大)한 문제로 즉각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해외 원조를 확대하기 위해 수입 쌀 포함 80만 톤인 공공 비축 물량을 순수 국내산 쌀 100만 톤으로 확대를 주장했다. 2022년산 신곡(新穀) 출하 전 2021년산 벼 재고 물량을 전량 매입할 것으로 요구했다. 2022년산 공급과잉 예측 시 선제적 시장 격리와 논 타작물 재배사업 국고 지원 부활 등 쌀 적정 생산 및 소득 보전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경북도는 민선8기 출범과 함께 농업 대전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현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 안정성 강화’와 연계하여, 식량안보 위기대응 지원시책을 추진한다.
이철우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장은 쌀은 우리 농업의 중심이자 근간이다.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쌀값 안정대책을 마련하기에 한계가 있다. 정부가 적극 나서서 대책을 세워 달라고 강조했다. 요즘 물가가 오르는 것은 쌀값이 바닥을 치기 때문인 점도 있다. 물가정책은 오르는 것만 잡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무시하고, 내리는 것도 정상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