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사’(士)는 ‘벼슬하다’로써 일정한 지식과 기능을 갖는다. ‘사’는 신분적 의미에서 대부와 결합하여, ‘사대부’라 일컬어졌다. 인격적 의미에서 군자와 결합시켜, ‘사군자’로 일컬어진다. ‘사’는 독서로 학문을 연마한다. 조선 건국 이후 유교 이념을 통치 원리로 삼으면서, 선비는 유교 이념의 실천적 담당자로 등장했다. ‘사(士)’는 지식과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만큼 우리말의 선비와 뜻이 통한다.
요즘엔 ‘현대판 선비도 없는 사회’이다. 영주시는 선비가 없는 사회에서, 선비 찾기에 나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소수서원과 부석사를 보유한 영주시에 선비를 특화해, 새로운 문화관광 트렌드를 형성할, ‘선비세상’(SUNBEE WORLD)이 문을 연다.
영주시가 10여 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대한민국 대표 K-문화 복합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다. 오는 9월 3일 개막식을 갖는다. 영주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선비세상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광역 경제권 선도 프로젝트 사업(3대 문화권사업)에 선정됐다. 선비촌과 소수서원 인근 부지 면적 97만㎡에 2013년 착공해 2022년 1월 준공됐다.
영주시는 한국문화의 전통적 가치를 관광 요소로 구성해, 선비문화를 대표하고 선도해 나간다. 문화·관광단지인 선비세상으로 선비문화의 관광 거점 지역으로 우뚝 선다. 산업화와 세계화로 육성, 발전시킨다. 선비세상은 6개의 K-문화(한옥, 한복, 한식, 한글, 한지, 한음악)가 주요 테마이다.
다양한 K-문화라는 그릇 속에서 선비처럼 보고, 입고, 먹고, 배우고, 즐긴다. 선비의 정신과 삶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 K-문화 테마파크다. 선비세상은 여느 한옥마을처럼 보이지만 한옥의 문을 열면, 각 촌의 테마에 맞는 체험과 관람 공간이 배치됐다. 거의 모든 콘텐츠들은 첨단매체로 인터렉티브(interactive;쌍방향)기능을 갖췄다.
선비가 그렸던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와 난(蘭)을 터치스크린으로 그려본다. 풍속화 속에 나의 모습을 이메일로 받는다. 영주 도령이 진정한 선비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길이18m의 전통 인형극(오토마타)도 관람한다. 3개의 벽면을 가득 채워 심장을 압도하는 미디어 아트 작품은 선비가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수묵화처럼, 때론 현대미술처럼 다양한 영상으로 표현했다. 한옥에서 ‘다도체험’도 체험한다.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인 화선지(畵宣紙)를 전통 제조방식을 응용해 직접 만든다.
한옥에서 즐기는 국악 크로스오버 공연인 ‘풍류 한마당’과 뮤지컬, 재즈, 클래식, 팝 등을 테마로 하는 뮤직 콘서트도 진행된다. 경북의 대표적인 문화 크리에이티브(creative)테마파크로써 자리매김한다. 6개의 촌별로 특색 있는 한복을 갖춰 입은 힙 선비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오전과 오후 2번, 전통적 문화에 현대적 코드가 어우러진, ‘퍼포먼스 퍼레이드’가 선비세상을 흥겹게 한다. 한국적 프리댄스 퍼포먼스, 열두 발 상모가 휘모리장단으로 전통 퍼포먼스 팀이 선비세상 일대를 돈다. 9월 한 달 주말과 추석 연휴 기간에는 공연 및 각종 이벤트, 추석 세시풍속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박남서 영주 시장은 ‘21세기 선비’가 되어보는 경험은 자연스레 ‘선비 정신의 가치’를 새기게 한다. 조지훈은 지조론에서 ‘지조는 순일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이요 고귀한 투쟁이기까지 하다.’ 이 같은 선비는 없다. 간에 붙었다가 쓸개에 붙었다가 끝내는 감옥 가는 일부 정치꾼이나 돈푼께나 있다고 거들먹거리다가 이들 모두가 감옥 갔다가 출옥하여 영주시로 가서, 조지훈(趙芝薰)의 현대판 선비 지조(志操)를 배워오길 촉구한다. 이때부터 한반도 전체가 선비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