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편액’이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안동시(시장 권영세)와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이용두)은 2015년 10월 31일, 189개 문중과 서원에서 기탁한 550점의 편액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했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2016년 5월 19일 등재를 확정지었다.지난 5월 17일부터 베트남의 고도古都 후에[Hue]시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위원회(MOWCAP) 총회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이 신청한 ‘한국의 편액’이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으로 등재를 확정했다. 아시아․태평양 기록유산위원회(MOWCAP) 이란?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위원회는 세계기록프로그램을 각 지역 내에서 촉진․장려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록유산에 대한 추천 및 후보등록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위해 설립됐다.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위원회(MOWCAP)는 유네스코의 글로벌 세계기록프로그램(UNESCO’s Global Memory of the World)의 일환으로 세계기록유산프로그램(MOW Program)의 지역위원회이자 지역포럼,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International Advisory Committee)의 보조기구로 1997년에 설립됐고, 1998년 중국의 베이징에서 제1차 총회를 개최하면서 정식 발족됐다.현재 MOWCAP 사무국은 홍콩에 있지만, 2015년 12월 9일 광주광역시 소재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태평양 세계기록유산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무국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이전하기로 합의한 바 있었다. 이 합의에 따라 이번 7차 총회에서는 MOWCAP의 사무국을 한국으로 이전하는 결정을 재확인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6월 말~7월 초에 사무국의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현재 의장국은 중국이며(의장 이명화李明華. 현 중국 국가기록원 원장), 한국은 부의장(부의장 김귀배. 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커뮤니케이션팀 팀장)으로, MOWCAP 사무국의 국내 설치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아․태기록유산의 등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편액’ 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 편액이란 건물의 처마와 문 사이에 글씨를 새겨 걸어둔 표지판으로 건물의 기능과 의미, 건물주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3~5자 정도로 함축해 반영하는 기록물이다. 편액을 바라보는 대중에게는 건물의 공간이 상징하는 뜻을 시각에 호소해 전달하는 예술품이기도 하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아태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550점의 편액은 건물의 건축 목적에 따라 주거공간(137점), 추모공간(64점), 교육공간(231점), 수양공간(118점)으로 구분된다. 주거공간의 편액에는 선현의 정신적 가치를 담고 있으며, 추모 공간은 선현의 학덕을 추모, 존경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 공간에는 조상과 선현의 교육 이념을 담고 있으며, 수양 공간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대체로 유유자적하는 선비들의 여유와 풍류를 의미를 담은 글씨를 게재한다.한국에서 편액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으며, 충남 공주의 마곡사의 ‘대웅보전大雄寶殿’, 전남 강진 백련사의 ‘만덕산백련사萬德山白蓮寺’의 편액 글씨가 통일신라시대 김생(金生. 711~?)의 글씨로 알려져 있어,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편액이 널리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각종 문헌을 통해 이미 편액이 널리 사용된 것을 알 수 있지만, 현재 고려시대의 편액으로는 공민왕의 글씨로 알려진 영주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 안동의 ‘안동웅부安東雄府’ 등 몇 개만 남아 있을 뿐이다. 현재 남은 편액들의 거의 대부분은 조선시대에 제작된 것들이며, 이번에 등재 신청한 550점은 16세기~20세기 초에 제작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편액의 글씨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생활과 사유체계를 표현한 것으로, 은둔과 이상사회의 추구, 학문을 통한 사회적 모순의 극복, 수양을 위한 내면세계를 추구하고자 한 조선 선비문화와 선비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글씨는 당대의 국왕, 명필, 문인․학자들이 남긴 것으로, 필적 안에는 제작 당시의 시대정신과 가치관, 서예가의 예술혼이 담겨 있다. 종합적으로 편액은 유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동양의 전통 인문정신과 글씨의 예술적 가치가 동시에 포함된 상징물이다. 각각의 편액은 단 하나 밖에 없는 유일본이다. 같은 글씨도 없으며 더 이상 생산될 수도 없어 훼손되면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는 기록물이다. 모든 편액은 제작 당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제작 당시부터 외부와 노출된 공간에 전시돼 있어 언제나 도난과 훼손, 화재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일부는 오래된 제작 시기로 더 이상 게시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이미 건물은 사라져 더 이상 게시될 수 없는 편액들도 있다. 등재된 550점은 부분적인 훼손이 진행된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된 이후 안정화 작업을 거쳐 수장고에 보존하고 있어, 현 상태에서 더 이상 훼손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등재 이후, ‘한국의 편액’2015년 10월 9일에 한국국학진흥원에 소장하고 있는 ‘유교책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고, 이어 이번에는 편액을 다시 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현재 ‘유교책판’도 추가 등재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탁을 받고 있으며, 편액 또한 곧바로 추가 등재를 위한 준비를 할 예정이다.안동시에서는 지난해 등재된 유교책판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후속 조치로 올해 1주년 기념사업으로 유교책판 특별기획전과 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훈민정음 해례본의 복각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국학진흥원에는 ‘유교책판’과 ‘편액’을 포함해 약 43만여 점의 기록유산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 최대 국학자료 소장기관이다. 귀중한 기록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이를 정리․연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유교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편액’의 아․태기록유산 등재는 한국 기록문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에서는 향후 보다 많은 기록유산의 등재를 추진해 우리문화의 우수성을 대내외에 홍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