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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일을 잘한다는 것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입력 2022.07.25 12:25 수정 2022.07.25 12:48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시인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경제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적게 넣어서 많이 뽑아내는 것을 통칭한다. 분수의 분모와 분자가 같으면 1인데, 여기서 분모가 일정할 때 분자를 늘여나가면 그 숫자가 커지므로 경제원칙에 다가가는 것이고, 분자가 고정되어 있을 경우 분모를 줄여나가는 것도 경제원칙에 충실한 경우이다. 그래서 경제원칙에서는 우선 분모 즉 만들어내기 위해 들이는 값보다, 분자 즉 만들어내는 가치가 많은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들어간 비용보다 나온 성과가 다른 사람보다 많은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이런 경제원칙에 입각하여 일을 잘하는 사람을 우대해 왔고, 지금까지 누구나 일을 잘하기를 원하는 분위기를 유지해오고 있다. 

일을 잘하면 우선 자신에게 여러 가지 이득이 되고 다른 사람들보다 앞설 수 있으며, 사회생활에서는 언제나 그만한 대접을 받는 사회분위기기 때문이다. 같은 기수로 입사하였어도 승진이 빠르거나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이유가 바로 그런 ‘일을 잘하는 것’에 주로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 분모가 일하는 시간이라면,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주로 그 일을 빨리하는 사람을 뜻했다. 옆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주어진 일을 끝내는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어떤 생산직원이 한 개를 만들 때 나는 두 개를 만드는 것, 다른 판매원이 한 개를 팔 때 나는 두 개를 판매하는 것, 어떤 사람이 두 시간 걸려서야 마친 일을 내가 하면 한 시간 만에 해치우는 것, 다른 교수가 학생을 가르쳐 평균 80점을 얻게 할 때 같은 조건으로 나는 평균 90점을 얻도록 하는 것 등은 모두 내가 다른 이보다 당연히 일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유형의 '일 잘하는 것'이 이제는 시대적 사고에 알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추세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이제 분모만을 줄여나가거나 분자만을 늘여 나가가는 것만으로는 그 가치를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국가적 중차대한 사업을 단순 저가 입찰로 신속히 결정하여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시작하려 서둘러 의사결정 한다면 과연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일까? 다른 회사가 건설하면 3년이 걸리는 토목공사를 1년 만에 해치운다면 그 회사는 일을 잘하는 기업일까? 다른 사기 조직보다 같은 기간에 더 많은 대포통장을 만들어내는 보이스피싱 사기단도 일을 잘하는 조직일까? 다른 사람이 10개의 신제품을 만들어낼 때 어떤 이가 20개의 제품을 새로이 만들어내기만 하면 그가 일을 정말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새로운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원칙에만 몰입되어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현대적 경영논리로는 필요충분하지 않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그런 사례를 굵직한 국가기간사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잦은 고장으로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국가적 사업의 사례가 과거에 있었고,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지자체의 굵직한 사업에서의 사고도 그렇다. 공사는 무조건 싸게 발주하여 선정되어야 능력 있는 사람이고, 할당된 일은 하루라도 빨리 마무리하여야 일 잘하는 것으로 칭찬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맥락이다.

그래서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을 옳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최근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 늦게 마무리 되더라도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건설비가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안전하게 완성해야 일을 잘하는 것이다.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은 'doing things right'이지만 ‘옳은 일을 하는 것’은 'doing the right things'로 전혀 다른 차원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옳은 일을 잘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 right)'이 최상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단순히 ‘일을 잘하는 것’에 지나치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하는 것이다.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정립된 소위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에게 있었다. 자장면 배달도 빨리하면 일을 잘한다고 하고, 건설공사 수주나 계약도 빨리 끝내야 일을 잘한다고 치켜세우는 분위기였다. 계약 후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여 예정보다 공기를 단축할수록 일을 잘한다고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도 많았다. 다리가 붕괴되었고, 백화점이 무너졌으며, 신축중인 아파트가 갑자기 무너졌다. 그래서 이제는 다른 시각의 ‘경제원칙’이라는 가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단순히 일을 ‘잘하기’보다 ‘옳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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