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제2 고속철도 운영사 ㈜SR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거부해 이뤄지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토부가 SR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관련 부처, 철도 업계 등에 따르면 기재부와 국토부는 지난 1월 '2017년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SR의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해 협의했다.2013년 12월 설립된 SR은 지분을 준시장형 공기업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41%를 보유하고, 나머지 59%를 준정부기관인 사학연금(31.5%), 기타공공기관인 중소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제4조 5항(제1호 내지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이 단독으로 또는 두 개 이상의 기관이 합하여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100분의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 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당해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한 기관)에 따라 SR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 그런데도 SR은 설립 이후 매년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왔다. 양 부처 협의 과정에서 국토부는 "SR이 얼마 전부터 제2 고속철도 운행을 시작해 아직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며 SR의 공공기관 지정을 반대했다. 기재부가 이런 뜻을 받아들이면서 SR의 공공기관 지정은 올해도 이뤄지지 않았다.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안 된 것의 차이가 많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운법에 의거해 경영계획·예산·평가 등에서 규제를 받게 되며, 기능조정·민영화 등 추진 시 공운위의 심의·의결을 받아야 한다. 또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감사원법에 따라 국회 국정감사 및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된다.특히,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관장 임명은 공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나 SR은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지난 14일 이승호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의 SR 대표이사 사장 선임에서 볼 수 있듯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면 끝난다. 그만큼 허술하다는 얘기다.100% 공적자금으로 설립·운영되는 SR이지만, 공공기관이 아니어서 '무한 자유'를 만끽하는 셈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는 자신들이 주도해 설립한 SR을 코레일은 물론 감사원, 기재부 등 다른 공공부문, 심지어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 감시와 통제에서도 벗어나 입맛대로 운영하려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국토부는 과거 100% 공적자금을 투입해 SR을 설립해 철도 민영화 논란을 비껴갈 수 있었지만, 이런 사례들 때문에 지분 매각 등 민영화 재추진 토대를 유지한다는 의혹을 좀처럼 불식하지 못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에 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SR이 공공기관 지정 요건을 충분하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굳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아도 철도산업법을 통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는 점, SR이 아직 초창기라는 점 등을 감안해 일단 지켜봐달라"고 청했다.이 관계자는 "SR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와 한 약속이므로 절대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