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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법(法)의 보편성과 문화재 보호법

김봉기 기자 입력 2022.03.02 10:53 수정 2022.03.02 10:53

윤승규 동국대 교수


세계 여러 나라의 법원 앞에는 칼과 저울을 든 동상이 있다. 바로 정의의 여신 ‘디케’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에도 디케상이 있다. 대법원 디케상은 외국과는 조금 다르게 법전과 저울을 들고 있다.

디케는 ‘별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스트라이아’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는데, 로마시대에는 ‘유스티티아(Justitia)’로 불렸다. 정의(Justice)를 의미하는 단어는 이 유스티티아에서 유래했다.

흔히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한다. 법치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명제는 바로 법의 보편성을 말한다. 보편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디케상은 법이 만인 앞에 정의롭고 평등하다는 것을 알리는 상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회의원의 ‘사찰 통행세’관련 국감 발언은 문제가 있다. 정 의원은 국감에서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해인사 3.5km 밖 매표소에서 통행세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며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로 매도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사찰들을 봉이 김선달과 같은 사기꾼이나 산적처럼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문화재보호법 제49조(관람료의 징수) 1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보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인사는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 등 총 51개 문화재가 있고, 특히 해인사 소유 600만 평의 가야산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해인사에서 3.5km 떨어진 매표소를 포함해 4.5km 밖 해인성지 표지석으로 부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전 구역에 대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선릉·정릉(선정릉) 등 국가 소유의 조선 왕릉은 문화재청에서 관람료를 받는다. 선정릉은 도심 속의 푸른 녹지가 있어 산책 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에 가서 왕릉은 안 보고 숲속 산책만 할 건데 왜 입장료를 받냐고 국회의원이 국감에서 문화재청을 나무란 격이다.

국가뿐 아니라 단체, 개인도 문화재를 소유하거나 보유하면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해 동일하게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 법의 보편성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더구나 불교계는 자연공원법의 최대 피해자다. 정부는 과거 사유재산인 사찰 소유 토지를 강제수용했다. 따라서 공공성을 이유로 국립공원으로 강제 편입되어 있는 조계종 사찰소유의 토지 사유권을 돌려줄 필요가 있다.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을 박탈당한 상황에서 ‘봉이 김선달’로까지 매도됐으니 불교계의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과 강제 징용 등에 대해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사과를 했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 다수는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청래 의원은 고의든 실수든 법에 맞지 않는 잘못된 발언을 했다.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계는 국민들에게 사기꾼으로 매도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를 인정하고 진정한 용서를 구해야 한다. 본인으로서는 사과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과는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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