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의 말은 천금(千金)과 같이 무거워야 한다. 지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회의원의 ‘사찰 통행세’관련 발언은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정 의원은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해인사 3.5km 밖 매표소에서 통행세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며 불교계를 ‘봉이 김선달’로 매도했다. 이로 인한 성난 불심은 현재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보호법 제49조 1항은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불교계뿐 아니라 국가, 단체,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해인사는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 등 총 51개 문화재가 있고, 특히 600만 평의 가야산 해인사 일원이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선릉·정릉 등 조선 왕릉의 경우 문화재청에서 관람료를 받는다. 도심속의 푸른 녹지가 있어 산책 등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 가서 왕릉은 안 보고 숲속 산책만 할 건데 왜 입장료를 받냐고 ‘도둑놈’이라고 욕하는 격이다.
정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 국민들이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일제 강점기 위안부 문제와 강제 징용 등에 대해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과는 가해자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교계는 ‘봉이 김선달’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공원법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과거 사유재산인 사찰 소유 토지를 사실상 강제 수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뢰지수는 바닥이다.
지난 2019년 입소스(Ipsos)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인 3명 중 2명은 정치인을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으로 여겼다. 물론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정치인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직업인으로 조사됐다.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전통문화 보존 및 발전 관련 공약을 앞 다퉈 발표했다.
전통사찰과 사찰 소유토지에 대한 규제 개선, 종부세 등 세 부담 경감, 전통사찰 보수정비 시 자부담 비율 축소 등 대부분 대동소이해 여야 간 이견(異見)이 없는 상태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연등회와 영산재의 안정적 전승을 위한 전승관 건립 추진도 마찬가지다. 대장경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대장경 조성사업도 여야가 이견이 없는 대표적인 전통문화 보존 사업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공약은 먼저 반신반의(半信半疑)부터 하게 된다. 항상 선거가 끝나고 나면 즉, 급한 불이 꺼지고 나면 ‘나 몰라라’하고 내팽개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이라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대선 공약은 허언(虛言)이 아니라 일낙천금(一諾千金)과 같이 무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