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유독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금리도 오르고 있어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2조3063억원으로 1년 전(166조448억원)보다 16조2615(9.8%)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도 2조원 불어났다.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010년 96조6396억원에서 6년 만에 두배 가까이 늘어날 정도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각 은행에서 집계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해 가계대출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생계형 대출이 많아 사실상 가계대출과 성격이 유사하다고 금융권은 보고 있다.한국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를 대상으로 부채현황을 파악한 결과 지난해 9월말 기준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모두 46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지 않은 자영업자까지 모두 포함한 결과 자영업자들의 부채규모는 6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올 들어 대형 은행의 대출 자산은 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의 영향으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지난달 잔액은 1월 말과 비교해 감소했다.그러나 개인사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 대출은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332조6808억원에서 354조2998억원 21조6190(6.5%) 불었다.문제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25%로 9개월째 제자리지만 국내 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반영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금리는 벌써 지난해 말과 비교해 0.2%포인트 이상 상승했다.한국은행 남윤미 미사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낸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0.1%포인트만 상승해도 자영업자 폐업 위험이 7.0∼10.6%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신용·저소득층, 다중채무자,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금융평가본부 여윤기 애널리스트는 "자영업자는 급여생활자보다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소득흐름이 불규칙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주택에 비해 가격변동 민감성이 높은 비주택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높은데 부동산업과 임대업의 전망이 우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가운데 해당 업종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편중 리스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금융당국은 이달 말 한계차주 연체부담 완화 등 서민 금융 대책을 발표하고 상반기 중으로 자영업자 대출관리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