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신년을 맞이할 때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명인의 신년인사를 종종 접하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도 제각각 나름의 새해 인사를 통해 각오나 다짐 등을 하기도 한다.
정치인의 새해 인사, 새해 각오에는 주로 함축된 메시지의 사자성어를 빌어 전달할 때가 많은데, 올해 초 어떤 이는 신년사를 조민유화(兆民宥和) 즉, “국민의 화합과 나아가 인류의 화합을 지향한다”하여 어렵고 힘든 시기 더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 서로의 화합을 강조했고,
또 다른 이는 “곧은 마음으로 행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의 뜻을 지닌 직심필수(直心必遂)로 새해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숙원사업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함으로써 함께 한 해를 잘 헤쳐 나가보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보통 사람들의 새해 인사나 각오는 이와 조금 다르다. 그들이 신년에 많이 하는 새해 목표, 각오, 다짐으로는 금연, 다이어트와 같은 개인적 관심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어느 조사에 따르면 1위 금연, 다이어트, 2위가 어학 능력 등 자기계발, 3위 취업이나 이직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개선, 관리 부분의 중요성은 누구에게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1월이 되면 금연을 선포한 이들로 담배매출의 감소,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이로 건강식품 매출 상승, 요가, 헬스장 등의 회원증가 현상이, 3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담배매출 증가, 운동회원들의 감소추세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렇듯 새해가 되면 금연시도, 다이어트 다짐 등을 하지만, 성공하는 경우가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성공을 이룬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심각한 건강상태의 적신호를 발견했거나, 위험한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성공담을 듣게 되기도 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도 SNS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짐, 각오, 결심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키워드다. 아무리 좋은 생각과 계획을 세우고서도 마음을 굳건히 하지 못한다면 시작조차 할 수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지, 약속에 대한 실천도 매우 중요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이 시작되면 그 지속성은 얼마만큼의 의지를 보이는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을 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예를 든 사자성어를 통한 새해 각오는 상대방에게 간단하면서 명료한 의지를 나타낼 수 있는 메시지다. 이것은 단지 인사로 그치거나, 보이기 위함만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서로 간의 약속인 것이다. 또 보통 사람들의 새해 다짐에는 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그렇게 하겠다고 자신에게 다짐하는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약속’은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의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이러한 약속은 ‘지킴’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에 대한 경험은 아마도 어릴 적 부모와의 접촉에서부터 출발했을 것이다.
예컨대 아이가 말로 표현을 못하여 불편한 심리에서 울게 될 때 “기다려 엄마(아빠)가 해 줄게”라고 달래면, 아이는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리고, 말을 배우기 시작해 요구사항이 생기면, 엄마(아빠)가 손가락을 깍지끼며 “그래 약속해”라고 말해준다. 이렇게 처음부터 약속의 중요성을 안 사람은 없어도 대부분 이러한 각자의 경험에 따라 그 의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뭔가 잘 해결된 느낌을 받으면 “약속이 지켜졌구나”하고 안도하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며, 그래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개념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필자의 학창시절에서도 어떤 이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라고 여기는가 하면 “약속이야 지킬 수도 있고, 못 지킬 수도 있지”라는 이도 있었다. 이를 두고 개인마다 성격의 차이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Freud)의 발달이론에서는, 만 5세 이전 성격이 대부분 형성된다고 하면서 그래서 부모와의 애착 정도, 경험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그간 다소 약속을 가벼이 여겼던 사람들은 동의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며, 약속을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일률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약속은 사람의 근본적 마음을 나타내는 척도일 수 있는 것이다. 그 근본은 바뀌지 않지만, 성격은 환경에 따라, 자신의 의지에 따른 후천적 노력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바른 사회관계에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약속을 지킴으로써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약속은 한층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새해 인사, 새해 다짐, 새해 각오 등이 단지 하나의 언어에만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새해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이 다른 사람들과의, 그리고 나 자신과의 약속임을 되새겨 ‘약속의 진짜 의미’를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