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롯데그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 글로벌 유통 그룹으로 도약하는 갈림길에서 급 제동이 걸린 형국이다.더 심하게 표현하자면 이번 위기가 그룹의 존망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전혀 과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1년 가까이 끌고 있는 총수 수사는 차지하고서라도 성주 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은 급기야 중국 측의 전방위 보복공세로 내몰고 있다. 사실상 롯데그룹을 겨냥한 중국 측의 이번 사드 보복은 장기화 될 것이 확실하다는 전망속에 롯데 그룹의 앞날을 한치앞을 가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최악의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총수 수사, 지금도 진행형…정권의 희생양?=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부 당시 최대 수혜 기업으로 평가를 받는다. 다음달 준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 변경과 맥주사업 진출 등 최대 수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여기다 MB정부 4년 동안 롯데그룹 자산은 40조에서 84조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9개사로 크게 늘었다가 2012년 초 다시 49개로 줄었다. 그러던 롯데그룹이 박근혜 정부 이후에는 고난의 연속이다. 현 정권에 밉보인 탓인지, 전 정권의 잔재를 털어내려는 기조와 맞물린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현 상황으로만 보면 박근혜 정권의 최대 '희생양'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적잖이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신동빈 회장의 檢수사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수백억대 횡령 비자금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아직 1심 심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재판이 장기화 되고 있다. 여기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문제로 특검 조사를 받은 데 이어 향후에는 검찰 특수본에서 또 다시 수사를 받아야하는 처지다.신 회장이 검찰 수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하는 상황은 49개 계열사를 관장하는 그룹 총수 입장에선 제대로 된 경영판단을 하는데 큰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당장 사드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측의 물불 안가리는 보복조치에 딱히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성주 골프장 사드부지제공, 그룹 명운 직격탄 맞나= 롯데그룹이 소유한 성주 스카이힐스 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지난달 말 최종 결정되면서 중국 측의 '反롯데 보복 공세'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을 만큼 혼란스럽다. 아예 중국과 연동된 롯데 사업 전체를 갈아엎을 태세다. 중국 현지에 나가 있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대한 당국의 전방위 행정 사법적 압박은 물론이고, 중국 현지인들의 롯데제품 불매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인 매출이 거의 70%에 달하는 롯데면세점에 대한 직접적 압박은 심각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 상태로 간다면 올해 면세점 매출만 1조원 이상 급락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롯데그룹이 성주골프장을 사드부지로 제공하겠다는 국방부와의 협의가 이뤄졌을때만 하더라도 이같은 사태는 이미 예견됐었다. 롯데그룹이 사드부지 제공을 확정짓는 몇차례의 이사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거나 연기했던 것은 그만큼 롯데 측이 이 사태를 절박하게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초 성주지역 내 사드 후보지가 급작스럽게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대체될 수 있었던 명확한 사유나 근거는 알 수가 없다. 롯데그룹이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충실히 따르려고 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같은 결정 이후 롯데가 겪고 있는 엄청난 후폭풍은 기업 입장에선 감내하기 쉽지않다는 지적이 크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총수가 장기간에 걸친 檢수사 등으로 운신의 폭이 극도로 좁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이 와중에 중국 측의 롯데에 대한 집중적인 사드 보복까지 터졌으니 수습이나 대응이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며 "정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 롯데가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