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대표팀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체면을 살리는 호성적을 거뒀다.물론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강세를 보이는 유럽이 빠진 대회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한국 스노보드 남자 알파인 대표팀은 19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의 데이네 스키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대회전에서 금, 은메달을 쓸어담았다.알파인 스노보드 '간판' 이상호(22·한국체대)가 선두에 섰다. 이상호는 1·2차 시기 합계 1분35초76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함께 출전한 최보군(26·국군체육부대)은 합계 1분36초44를 기록해 이상호에 0.68초 차로 뒤진 2위에 이름을 올렸다.앞서 1차 시기에서는 이상호, 최보군이 1, 2위에 오른 가운데 지명곤(35·광주스키협회)과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이 3, 4위에 올랐다.지명곤과 김상겸은 1차 시기에 6위에 그쳤다가 2차 시기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뽐낸 가미노 신노스케(24·일본)에 밀리는 바람에 순위가 4, 5위로 밀렸을 뿐이다. 유럽의 강자들이 출전하지 않는 대회지만, 한국이 거둔 성적은 주목할 만 하다.전통적으로 한국은 동계 국제종합대회에서 빙상에 강세를 보였고, 설상이나 썰매 종목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역대 올림픽에서 한국은 설상이나 썰매 종목에서 메달을 딴 적이 없다.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이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따낸 58개의 금메달 가운데 42개가 빙상 종목에서 나왔다. 설상 종목에서 나온 금메달은 8개 뿐이었다.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 적이 별로 없지만, 한국 선수가 스노보드에서 금메달을 딴 적은 없었다. 스노보드 경기가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열린 것은 2003년 아오모리 대회와 2007년 창춘 대회 뿐이다.그나마도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는 남자 종목만 열렸고, 2007년 창춘 대회에서는 남녀 하프파이프만 개최됐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그간 동계아시안게임 스노보드 종목의 금메달은 일본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에 걸린 금메달 5개를 모두 일본이 가져갔다. 은메달, 동메달을 3개씩 땄다.이외에 한국이 은·동메달 1개씩, 중국이 은·동메달 1개씩을 가져갔다. 한국의 경우 2003년 아오모리 대회에서 한진배가 남자 하프파이프 동메달을, 지명곤이 남자 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바 있다.하지만 이번 대회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회전에서 한국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2011년 7월 평창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후 상대적으로 '불모지'라 여겨지던 종목들의 성장에 힘썼다.그 결과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 각각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연맹), 윤성빈(23·한국체대)이 등장했다.설상 종목도 세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특히 다른 종목보다 주목을 받지 못한 스노보드 알파인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뒀을 때만 해도 대표팀이 코치 1명에 선수 5명이 전부였다.유럽 선수들처럼 장비 관리를 전담하는 전문가도 없었고, 국내와 해외에서 어렵게 훈련을 이어갔다.그러나 현재는 2012년부터 팀을 이끌어 온 이상헌(42) 감독 뿐 아니라 외국인 기술 전문 코치, 체력 담당 트레이너, 장비 전담 코치, 물리치료사까지 가세해 대표팀의 성장을 돕고 있다.여기에 박인비, 손연재, 박태환의 심리 상담 멘토인 조수경 박사의 상담으로 정신적인 부분까지 가다듬었다.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표팀이 거둔 성적은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볼 수 있다.금메달을 거머쥔 이상호는 "이상헌 감독님이 선수들에 대해 세세하게 아시고, 호흡도 완벽하다. 외국인 코치님은 지도자 경험이 풍부해 경험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다"고 전했다.이어 "스노보드 알파인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것이 한국 선수들이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제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을 뿐이다. 한국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대표팀은 이제 안방에서 열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해 전진한다. 삿포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