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한 50대 여성이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대형견에 물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피해 여성은 오후 3시 20분께 야산으로 올라가던 중 한 대형견애게 공격을 당했다. 쓰러진 상태에서 목 뒷덜미 등을 물렸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으나 출혈이 심했고,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이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불과 1시간 만에 숨졌다.
근방에서 119구조대에 의해 포획된 가해견은 몸길이 150㎝, 몸무게 30㎏가량의 대형견으로 풍산개와 사모예드 혼종으로 추정된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동시에 논란이 벌어졌다. 가해견을 안락사시킬 것인가를 두고서다.
필자는 당장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좌고우면할 것 없다. 시민으로서, 수의사로서는 물론이다. ‘동물권’은커녕 ‘동물 보호’ 개념조차 없었던 1990년대 초반 이 땅에서 ‘한국동물보호연구회’를 설립해 현재까지 동물보호운동을 펼쳐온 사람으로서의 생각이기도 하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나 반려인 중에는 가해견이 사람의 잘못으로 유기된 결과,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면서 안락사에 반대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감상적으로만 접근할 일이 아니다. 그런 개까지 불쌍하다고 보호한다면 피해 여성과 그 가족은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살려준다고 하자. 그럼 앞으로 누가 이 개를 보호, 즉 맡아서 키울 것인가?
유기견 보호소에서 10여 년을 데리고 있을 것인가, 개인이 집에서 반려견으로 키울 것인가. 모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직접 책임질 각오가 돼 있지 않다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이 개는 사람을 공격했다. 그것도 손이나 발을 문 것이 아니라 목에 치명상을 입혀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미 야성이 깨어난 개를 다시 반려견으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소형견도 아니고 대형견이다. 위험성은 훨씬 배가한다.
‘살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보호는 물론 논쟁에 소요할 사회적 비용을 제2, 제3의 사건, 사고를 막는 데 쓰는 것이 옳다.
가해견이 왜 생겼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유전적으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혼종을 만드는 이유는 역시 상업적인 목적이 크다.
인기 높은 특정 견종으로 속여 팔기 위해 이 견종과 인기는 없으나 외양은 비슷하게 생긴 다른 견종을 번식한 경우가 많다.
대형견에 사냥 능력이 뛰어난 준대형견을 섞어 크고 사나운 대형 사냥개를 만드는 사례도 있다.
수도권에 있는 일부 번식장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일이다. 돈에 눈이 어두워진 번식업자의 일탈이 야수의 봉인을 해제한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나운 대형견이 반려인에게 입양돼 키워지든, 번식장에서 계속 자라든 이후 관리도 문제다.
국내에서는 로트와일러,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혼종)을 ‘맹견’으로 규정했다.
가해견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맹견이 아니라면 ‘늑대개’를 길러도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없는 셈이다.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나 ‘반려동물 번식업 허가제’ 등으로 충분히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데 농림식품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탁상행정으로 구멍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정상급인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면 번식, 분양, 반려, 유기 및 유실 등을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반려인도 위험성이 예상되는 반려견을 키운다면 평소 더 많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혹시 잃어버렸다면 바로 신고해 사고를 막아야 한다.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라면 동물보호기관과 상담해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그런데 왜 고인과 가해견이 피해를 도맡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