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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경제

禍부른 농가 자율 백신접종

뉴시스 기자 입력 2017.02.09 14:34 수정 2017.02.09 14:34

구제역, 생산량 감소·유산 우려해 기피 유혹구제역, 생산량 감소·유산 우려해 기피 유혹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 경기 연천 농장의 공통점은 모두 50두 이상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장이라는 점이다. 의심신고 당시 보은에서 195두, 연천에선 114두를 키우고 있었다. 정읍의 경우 신고 당시에는 49두였지만 설 명절에 몇 마리를 팔아서 사육 마릿수가 줄어든것일 뿐 50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장으로 등록돼 있다. 확진 판정이 나지 않은 연천을 제외하고 보은과 정읍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각각 20%와 5%에 그쳤다. 정부는 50마리를 기준으로 소규모 농장과 대규모 농장을 가른다. 소규모 농장의 가축은 가축방역관이나 공수의사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지만 대규모 농장은 농장 자체적으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구제역파동 이후 백신 접종을 의무화했지만 생산 농가에 자율성을 주다보니 방역은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의 3㎞ 이내 주변 농가 11곳을 일제히 검사한 결과, 17마리만을 키우는 한 농장의 백신 항체율은 100%로 나왔지만 94마리를 키우는 농장과 103마리를 키우는 농장의 항체율은 각각 44%, 50%에 불과했다. 여타 몇몇개 농장도 정부가 권고하는 80% 미만에 그치는 경우가 있었다.정읍 발생 농장 주변 13곳을 조사한 결과, 사육 두수가 47두로 가장 많은 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9%에 그쳤다. 다만 10두 미만의 소규모 농장에서도 80% 미만으로 떨어진 곳은 5곳이었다. ◇우유 생산 줄고 송아지 유산…농가에선 접종 기피= 당국이 파악한 바로는 사육 농가에서 우유 생산랑 감소나 송아지 유산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8일 "젖소는 많은 경우 일일 유량이 35㎏ 가량 되는데 접종 후 28㎏까지 떨어졌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임신된 소에 접종을 할 경우 한 시간 내에 한 두마리가 주저앉거나 유산을 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젖소의 경우 분만 후 건유기(60일 전후), 법으로 판매가 금지된 초유 등을 제외하고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이 연중 7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농가의 경험 상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에 의해 원유 생산량이 줄어드는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 7개월 동안에는 접종을 기피하는 농가가 늘어나는 이유다. 한우 농가 역시 평균 사육 농가가 약 30두에 그치고 있는데 10여 마리의 송아지 생산 여력 중 1~2마리가 유산하게 되면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점을 들어 임신 기간 중이나 수태해야 할 시기에 접종을 꺼린다. 이 때문에 통상 4~7개월에 한 번씩 접종을 해야함에도 대부분의 농장에서 1년에 1번은 무리 없이 백신을 접종하지만 2, 3회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저 소에서 뽑아가세요"…무작위 아닌 무작위 표본 조사= 정부가 쓰고 있는 표본조사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제시한 표본조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전국 농가의 10%를 표본으로 잡고 각 농가에서 한 마리의 혈청을 뽑아 항체가 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 혹은 한우의 경우 출하 단계에서 검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만약 처음 표본이 된 소에서 항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추가로 16마리를 검사하지만 이 소가 항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검사는 끝난다. 전문 수의사가 접종하지 않는 이상 비전문가가 몸부림치는 동물을 통제해서 매뉴얼대로 주사를 놓긴 쉽지 않은 일이다. 모두 접종을 마쳤다고 생각했더라도 온도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농가에서는 백신 효과가 확실할 것으로 추정되는 개체를 표본으로 삼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박 본부장은 "경험 상 접종한 것이 분명한 개체의 샘플은 틀림없이 결과가 잘 나온다"며 "샘플을 줬는데 항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벌금부과대상이 되거나 정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만큼 축주 입장에서는 가장 정확한 개체를 지정해서 검사를 받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채혈을 할때 방역사가 들어가는데 방역사가 원하는 목표물의 피를 뽑아올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이미 (묶여져 있는 등) 피를 뽑기 좋은 상태의 개체가 있으면 (이를 택한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이 주도하는 일제접종 필요" = 정부는 구제역 발생 직후 전국에서 사육중인 소(10만2000호, 330만두)에 대해 일제 접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평시에는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대규모 농장에게는 자율성을 부여해 왔다. 박 본부장은 "4~7개월에 한번씩 접종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표본 조사도 분기별로 한번씩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농장의 개체가 한꺼번에 접종을 한 뒤 항체율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하는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박 본부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답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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