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오피니언 기고

‘스무살 청년’ 이 또 사망했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1.25 11:38 수정 2017.01.25 11:38

그는 스무살이었다. 아주 꽃다운 나이에 집안을 책임지기 위해 중장비가 즐비한 생산현장에서 일했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공장의 한 작업장에서 일하던 그가 운명을 달리 한 것은 지난 19일 오전.무려 2t에 달하는 무게의 압착기를 동료들과 함께 지게차로 운반하다가 압착기가 무게 중심을 잃고 흔들리자 옆에 있던 동료와 함께 몸으로 막아보려다 변을 당했다. 같이 있던 동료도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다.그는 약 7년 전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 형과 셋이서 오붓하게 살아왔다. 가정형편상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자신은 공업고등학교를 택해 열심히 기술 관련 자격증을 땄다. 이 공장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말부터다. 군복무 대신 산업기능요원을 택해 병역의무도 수행하고 돈도 벌어 생활비에 보태야 했기 때문이다. 월급은 170만원. 홀어머니와 대학에 진학한 형을 위해 가장 노릇을 해왔다.회사 동료들은 "늘 성실한 친구였다.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모범 청년이었다. 정말 요즘 아이들 같지 않은 신입직원이었다"고 안타까워 했다.경남에는 조선과 화학, 건설현장이 숱하게 있다. 위험한 장비가 널려있는 작업장이 많다보니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참사지만 '그의 참변'에 유독 눈길이 가는 것은 아직도 창창한 스무살이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5개국에서 산업재해사망률이 가장 높다.지난 2004년부터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발생 경각심과 재해예방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장 2899곳의 명단을 공개해왔다.내년부터는 산업재해가 많은 사업장 선정 기준을 '재해율'에서 '중대재해 발생'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가벼운 산재보다 인명에 위협이 되는 심대한 산재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산업환경을 열심히 개선시키고 있다지만 여전히 '바닥권'이다.세상은 참 냉정한가 보다.같은 시각(19일 오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대전 KAIST를 찾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신년하례법회에 참석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찾았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제주를 찾아 대선출마를 선언했다.새누리당은 때늦은 '반성·다짐·화합을 위한 2차 권역별 당직자 간담회'를 대구 엑스코에서 진행했으며, 새로 만들어진 바른정당은 부산광역시당 창당대회 준비로 분주했다.바쁘게 움직이는 정치권, 그 보다 더 바쁘게 쫓아다니는 대권 잠재주자들. 바로 그날 스무살 청년이 위험한 산업현장에서 속절없이 삶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건낸다. 다음 정부에선 OECD 최악의 산업재해국이라는 멍에가 벗겨지기를 희망하면서…


저작권자 세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