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여자골프는 세계무대에서 낭보를 전하며 선전했고, 국내 투어에서도 많은 이슈를 쏟아내며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모든 대회가 마무리되고 선수들의 후원 계약이 이뤄지는 '스토브리그'가 열리면서 얼어붙은 골프시장에 다시금 열기가 피어오를 것으로 보였다.올해는 '골프여제' 박인비(28)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전인지(2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휩쓴 박성현(23), KLPGA 투어 대상에 빛나는 고진영(21) 등 대어급 선수들이 새로운 후원사를 찾거나 재계약을 준비 중이다.불과 2년 전 이맘 때 당시 KLPGA 투어를 평정하고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던 김효주(21)는 기존 후원사였던 롯데와 연간 13억원에 달하는 5년 재계약을 했다. 인센티브 등을 더하면 총 100억원 상당의 초대형 계약이었다.당시 김효주와 비교했을 때 기량이나 잠재력, 스타성 등에서 있어서 박성현과 전인지, 고진영 등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특히 박성현과 전인지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만큼 김효주를 뛰어 넘는 역대급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다.그러나 세밑에 이르러서도 겨울 골프 스폰서시장은 잠잠하다 못해 꽁꽁 얼어붙었다.가장 관심이 집중된 박성현은 이전 넵스와의 재계약 대신 새로운 후원사를 찾고 있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박세리의 소속사이기도 한 세마스포츠 매니지먼트사와 손을 잡고 후원사를 찾고 있지만 관심만 보일 뿐 적극적인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전인지와 박인비는 지금의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나 KB금융그룹과 재계약을 논의 중이지만 계약 규모 등에서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어느 해보다 각광 받는 선수들이 대거 시장에 나왔음에도 후원시장에 싸늘한 바람이 부는 이유는 경기침체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터졌기 때문이다.가뜩이나 불황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품을 대기업들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후원시장에서 아예 등을 돌리고 있다.골프 후원시장에서 큰손 역할을 하던 기업들은 기존 선수와의 후원 계약만 유지한 채 새로운 계약에는 관심을 끊었다.LPGA 투어 'KEB·하나금융 챔피언십'을 주최하는 등 여자프로골프 대표적 후원사인 하나금융그룹은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LPGA 투어 통산 3승의 유소연(26)과 2승을 올린 허미정(27)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한화그룹과 롯데그룹, CJ 등 그 동안 골프선수 후원에 적극적이었던 그룹들도 올해는 사실상 추가 영입을 포기한 상태다.톱골퍼 중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둔 김세영(23·미래에셋)과 3승의 장하나(24·비씨카드) 정도만 재계약을 맺었을 뿐이다.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맞불려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그 동안 거품이 끼었던 골프 후원시장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유독 한국이 여자골프에 대한 인기가 높을 뿐 해외에서는 남자골프에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간 수십억원을 투입해 과연 그 만큼의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는지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후원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는 것에 반해 LPGA 투어나 KLPGA 투어 대회수는 큰 변화가 없다. 앞으로도 예년과 같은 큰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아무리 '톱클래스급' 선수라 할지라도 국내 골프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다년간 수십억원을 쏟아 붓기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반대로 그 동안 높은 몸값 때문에 후원을 망설였던 중소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마저도 준척급 선수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어 이름이 덜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매니지먼트 업계 관계자는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유망주 선수들에 대한 후원을 통해 미디어 노출 빈도를 늘리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도 후원하는 선수가 있어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데 경기 위축으로 후원 자체에 소극적이다. 자칫 골프 인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