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정영식(미래에셋대우)이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호랑이굴'로 통하는 중국슈퍼리그에서 부딪히며 배운 기술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종합선수권대회 패권을 거머쥐었다. 정영식은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제70회 전국남녀 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박강현(삼성생명)을 4-1(10-12 11-8 11-3 11-5 11-9)로 제압했다. 정영식은 지난해 박강현과의 결승전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꼭 1년 만에 설욕전을 펼치며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2014년 대회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3번째 종합선수권 우승이다. 1세트는 박강현이 가져갔다. 9-10에서 내리 3점을 따내며 정영식에게 1년 전 아픈 기억을 각인시켰다. 기선을 제압당하며 어려운 승부가 되는 듯 했지만 정영식은 비교적 쉽게 네 세트를 가져왔다. 분위기를 내준 선수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로 침착했다. 중국에서 배운 기술들은 위기 탈출에 도움이 됐다. 특히 그동안 실전에서 한 번도 구사하지 않았던 커트형 서브는 박강현을 당황케 했다. 정영식은 "새로운 서브를 구사했는데 잘 통하더라. 중국팀 복식 파트너인 상쿤이 치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소개했다.정영식에 따르면 상쿤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늘 중국랭킹 8위 안에 들 정도의 실력자다. 최근에는 세계랭킹 2위인 판젠동까지 꺾었다. 경기를 지켜본 미래에셋대우 김택수 감독은 "영식이가 많이 달라졌다. 원래는 안전하게 하다가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과감해졌다. 이상수와의 8강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영식의 견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상쿤이 '중요할 때 왜 안전하게 치냐. 과감하게 해라'고 이야기 하더라.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정영식은 2016년 완전히 눈도장을 찍었다. 역시 계기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다. 정영식은 "탁구 인생 뿐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한 해가 된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사랑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더 겸손하고 성실하게 배워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