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근무하던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들은 지난 9월 갑작스런 1제선공장 목욕탕 이전 소식에 적잖이 당황했다.
운전실과 사무실이 각각 3층과 4층에 있어 한 층만 걸어 내려가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2층 목욕탕을 굳이 1층으로 옮기게 되면 엘리베이터도 없는 이 건물에서 한 층을 더 걸어 내려가야하는 불편함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사연인즉, 매일같이 2층 직원 목욕탕을 오르내리며 무거운 세탁물을 옮겨야하는 포스코휴먼스 직원들을 돕기 위한 조치였다. 장애인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에서 일하는 직원 중 40%는 지체·지적·시각·청각 장애인이다. 이 가운데 제철소 내 수건과 작업복을 수거하고 세탁하는 포항클리닉 직원들은 101명 중 75명이 장애직원이었다.
체구가 건장한 사람도 무게와 부피가 큰 세탁물을 계단으로 옮기는 작업은 고될뿐더러 넘어질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특히, 건물 내 승강기가 없는 곳에서 외부 계단을 통해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세탁물을 수거하고 다시 비품을 채워넣는 일은 이만저만 한 고생이 아니었다.
이러한 고충을 아는 포항제철소 1제선공장 2고로 직원들은 의기투합해 개선 아이디어를 냈고 여러 안을 검토한 끝에 목욕탕의 위치를 한 층 내리기로 결정했다.
3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 11월 29일에 목욕탕은 1층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세탁물 수거작업이 수월해진 건 두말할 필요가 없고 직원간 상호 이해와 배려로 직장 분위기가 훈훈해지고 업무 의욕이 고취된 건 보이지 않는 큰 효과였다.
포스코휴먼스는 최근 “장애직원들이 세탁물을 어깨에 둘러메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넘어질까봐 늘 불안했습니다. 이런 고충을 먼저 알아봐주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안전한 환경 속에서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2고로 직원들에게 전했다. 김창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