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5일 사망한 쿠바의 공산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을 "야만적인 독재자"로 지칭하면서 국교 정상화로 조성된 미국과 쿠바 간 해빙 무드에 불확실성이 증폭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과거 파델 카스트로가 미국 지도자들에게 독설을 퍼붓고 극단적인 반미 정책을 펼친 반면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고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축하의 메시지도 보내줬다.라울 카스트로가 권력을 승계하면서 사회주의 노선을 계승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측은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쿠바가 상당한 변화를 약속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미국과 쿠바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 라울 카스트로에게는 새로운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쿠바는 트럼프 집권 이후 여전히 공산당 1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겠지만 예전과 같은 열렬한 국민을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쿠바와 미국이 다시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설 경우 쿠바의 경제 자유화 움직임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이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쿠바 내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27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쿠바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버스는 "쿠바에서 정치, 경제, 종교의 자유가 더 보장돼야 한다"며 "미국과 자유롭고 열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쿠바가 이를 받아들어야 한다. 트럼프도 이런 점이 실천돼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12월 쿠바와 관계복원을 선언한 이후 지난해 7월 54년만에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선 기간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좋은 협상을 맺은 것이 아니라며 쿠바가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쿠바에 대한 교역봉쇄(엠바고) 해제 권한은 미 의회가 갖고 있지만 트럼프는 올해 초 오바마 행정부가 단행한 미국 시민에 대한 쿠바 여행금지 해재조치와 미국 기업들의 쿠바 투자 허용을 행정명령을 통해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이를 되돌리고 쿠바에 대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면 미국과 쿠바 관계는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쿠바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쿠바 정부가 더 이상 모든 정보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백만명의 쿠바인들이 휴대폰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00여곳에 와이파이 중계기가 새롭게 설치됐다. 쿠바인들은 이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채팅을 통해 외국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과 대화할 수도 있다. 또 메모리 스틱이 보급화 되면서 외국의 뉴스나 프로그램을 보는 쿠바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