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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추억여행(1973년)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1.24 15:54 수정 2016.11.24 15:54

1973년은 도교육청 직할이던 중학교가 지역교육청 산하기관으로 추락(?)한 해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문경중학교 역사 교사였다.평교사로 승진에 대한 비전이 전혀 없이, 어려운 교단현실에 후달려왔다. 역사 교사와 유명(?)시인으로 역사책과 문학 서적을 손에 들고, 삭막한 현실과 처절하게(?)대결해 왔다.방송의 가요프로 시청과 세계명곡 감상이 내 삶에 활기를 더해 주었다. 당시 처음 방송 됐던, KBS 배(컵) 쟁탈 전국 노래자랑은,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부터 7시까지 60분간 방송됐는데, 예선을 거친 출연자가 9명으로, 우수상1명, 장려상1명을 뽑았는데, 말이 아마추어지, 기성가수를 능가할 가창력을 자랑했다. 심사위원은 작곡가인 황문평·최창권씨 였다.황문평씨는 '꽃중의 꽃'작곡가로 가창력도 성악가 수준이었고, 최창권씨는 '살짜기 옵서예'를 작곡한 유명작곡가였지만, 성악실력은 음치(?)를 방불했다.톡톡튀는 아마추어들의 노래솜씨도 귀에 쏙 들어 왔지만, 후라이보이 곽규석 씨의 사회 솜씨가 금상첨화였다. 곽규석씨는 6.25사변이 터져,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1학년으로 공군에 입대하여, 예명도 후라이보이로 써먹었다. 전국노래자랑의 월말 대회는 매주말 대회에서 2명 뽑힌 입상자들이 월말 대회에 출전했는데, 불꽃 튕기는 노래 솜씨는 손에 땀을 쥐게 했다.월말대회에서 우승상을 받은 공군중사 김기남씨의 노래를 듣고, 연말대회에 입상할 만큼 실력이 뛰어나, 나의 기대가 컸다.월말대회 때 입상한 노래 곡목은 김강섭의 ‘그 얼굴 햇살을’이었다. 자신 있게 열창하여,젊은 군인의 생동하는 기백이 보였고, 실력에 신뢰가 갔다. 김기남 중사는 곧 제대를 하고, 고향 나주에 내려가 정비공장을 차릴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연말결선대회는 월말대회 입상자들이, 1차 예선을 거쳐, 최종 결선대회에 참가하여, 최우수(1등)1명·우수(2등)1명·장려상(3등)2명 등 4명을 선발하여 KBS 배(컵)쟁탈 전국 노래자랑 연말 결선대회 때로 떠나 보련다. 손에 땀을 쥐는 치열한 경창 끝에, 다음 다섯 팀이 기성가수로 도약했다. 이 입상자 명단은 자료가 따로 없고, 내 머릿속에 입력된 자료를 적어본다.1.최우수상: 권승헌(한약방 조수) 곡목‘낙엽 따라 가버린 사람’2.우수상: 애플 시스터(천지애·권성희)/원화여고 재학생) 곡목 ‘돌아오지 않는 강’3.장려상: 김미영(대구·라이온스클럽 회원) 곡목 ‘산까치’4.장려상: 김정숙(부산) 곡목 ‘호수에 달이 지면’5.특별상: 김상월:(여고생) 곡목‘그 얼굴에 햇살을’·심사위원: 황문평·최창권·김강섭 ·사회: 곽규석두 시간 이상을 불 뿜는 경창을 경청했지만, 너무 재미가 있어, 피곤한 줄도 모르고 엔돌핀이 팡팡 돌았다.그 날 입상자 발표 결과는 내게 충격적이었다. 가장 기대를 걸었던 김기남 중사가 2차 경연 끝에 선외(選外)가 되어, 가수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 김기남 중사 못지 않게 나도 낭패감이 들었다. 그 날 김기남 중사가 연말 최종결선에 부른 곡목은 '그 얼굴에 했살을'과 삼손과 드릴라의 '드라일라(드릴라)'였다. 김기남 중사의 비음의 열창이 감명 깊었다. 그 날 뜻밖에 최우수상을 거머쥔 권승헌(?)씨는 '낙엽따라 가버린 사람'으로 장원급제(1등)을 했지만, 가수 수습기간을 못마치고 군에 입대하여, 가수로서 후속 조치가 없었던 걸로 알고, 안타깝게 생각한다.약속이나 한듯이, 1973년 연말대회 입싱자 5명 모두가 지금까지 가수활동을 이어오지 못해, 어려운 입상이 이 땅 가요계에 보탬이 되지 못한 아쉬운이 크다.차라리 김기남 중사가 그 때 입상 댔다면, 대형가수가 됐으리란 확신이 든다. 성공은 실력과 직결되지 않음은 안타까운 이 땅의 현실이다. 43년이나 지났으니, 지금 김기남 중사도 일흔 노옹(老翁)이 되었을 거다.비록 가수의 꿈은 접었지만, 정비공장을 세워,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셨을 지도 모르겠다. 왕년의 미완성 가수 김기남 중사께서, 노후에 가요봉사로 나마, 꿈을 펼쳤으면 얼마나 좋으랴? 요사이 일요일 정오 방영되는 전국노래자랑은 KBS배 쟁탈 전국노래자랑이 폐지되고, 신설되어, 국민들의 사랑받는 프로가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장수 사회자 송해 선생의 건승을 빈다.노래는 보약보다 더 건강에 좋다. 노래를 좋아하는 국민은 행복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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