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waterboading)’이 부활할 가능성이 가시화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워터보딩 부활을 언급한 데 이어 차기 행정부 안보라인에 이를 찬성하는 인물들을 배치하면서 실제로 물고문이 다시 실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CBS방송 시사 프로그램인‘페이스 더 내이션’에 출연해 물고문 부활을 시사했다.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이 19일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 강연에서 워터보딩은 안 된다며 경고한 데 대해 매케인 위원장을 존경한다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베트남전 때 포로로 잡혀 고문을 당했던 매케인은 강연에서 “나는 (차기) 미국의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지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물고문은 안 된다.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고문은 제네바 협정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됐고 지난해 의회도 법으로 이를 금지했다”며 “누구든 물고문을 시행한다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해 펜스는 “트럼프 당선인은 적에게 우리의 전략과 전술을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한 지 이틀만에 워터보딩을 포함해 고문 행위를 금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내가 말을 얼버무리지 않고 단호하게 밝힐 사실은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이같은 미국의 윤리의식은 글로벌 리더십의 기본이 된다”라고 밝혔다.부시 행정부와 중앙정보국(CIA)은 과거 수감자들을 고문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2009년 퇴임을 앞두고 알카에다 고위급 3명을 물고문했던 사실을 시인했지만 모두 2004년 이전이라고 말했다.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1월 오하이오 유세에서 물고문을 포함해 여러 형태의 고문을 부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는 당시 연설에서“물고문을 부활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라며 “멍청한 사람들만이 그것(물고문)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수차례에 걸쳐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라고 말했다.제프 세션스 법무 장관 내정자는 19일 워터보딩과 같은 심문기법을 금지해 미국이 나약해졌다고 밝혔다. 셰션스는 워터보딩은 과거 합법적인 심문 기법이었다며 주장했다. 세셴스는 테러 용의자들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감금해야 하며 이들에게 변호받을 권리나 묵비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DIA) 국장도 미국이 대량파괴무기가 동원된 테러위협을 받는다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강도가 높은 심문기법을 이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내정된 마이크 폼페오(캔자스) 하원의원도 오바마 정부에서 금지했던 CIA의 옛 구금·심문 프로그램 재가동을 옹호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