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당국은 14일(현지시간) 지난 2010년 4월 전용기 추락으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당시 대통령의 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재조사를 시작했다.이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크라코우 묘지에서는 6년 전 러시아 스몰렌스크 인근에 떨어진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에 타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96명 가운데 1착으로 카친스키 전 대통령 부부의 유해를 발굴했다. 유해 발굴은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쌍둥이 형제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가 이끄는 폴란드 집권 여당 ‘법과 정의당’(PiS)이 추락사고를 다시 조사하라고 명령하면서 이뤄졌다.당국은 카친스키의 시신에 대한 사후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전용기 추락 원인, 희생자 신원 확인, 폭발물 점검 등을 철저히 규명할 계획이다.카친스키의 추종자들은 전용기 사고가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폭파로 인해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2010년 4월10일 투폴레프 전용기가 스몰렌스크 인근에서 짙은 안개 속을 비행하다가 떨어졌다. 카친스키 부부와 고위 관료 등 96명은 옛 소련 비밀경찰이 수천 명의 폴란드 장교를 살해한 ‘카틴 숲 학살 사건’ 7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러 가다가 사고를 만나 전원 숨졌다.폴란드와 러시아는 사고조사에서 전용기가 악천후와 조종사의 실수 때문에 추락했다고 결론을 내렸다.하지만 야로슬라브 카친스키와 PiS는 러시아가 당시 폴란드 총리 도날트 투스크를 지원하려고 정적인 카친스키 대통령을 암살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재조사를 요구했다.야로슬라브 카친스키는 현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인 투스크를 법정에 세우려고 그가 전용기 추락에 연루됐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안토니 마시에레비츠 폴란드 국방장관은 “당시 사람의 실수 및 날씨 탓으로 결론 내린 예전 조사는 의문투성이였다. 스몰렌스크 사고는 폭발 때문에 발생했다”며 재저사를 발표했다. 마시에레비츠 장관은 “2010년 4월10일 러시아 서부에서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기 전 상공 15~18 미터(49~59피트)에서 산산조각이 났다”며“이런 상황이 (새 조사를 시작한) 충분한 이유가 될 뿐 아니라, 비극적인 사고를 재조사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르샤바=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