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우리 정부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국정이 마비된 상태인데다 예상 외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뒤늦게 '트럼프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3일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 후보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을 각각 준비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0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며 "한 쪽 시나리오는 버리고 한 쪽 시나리오는 보완, 발전시켜야 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클린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트럼프가 당선됐을 경우에 대해서는 정보 수집이 완벽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유세 과정에서 트럼프는 "한국은 거대기업을 가진 부자나라이면서도 안보 무임승차를 하는 국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은 일자리를 죽이는 거래(job killing deal)" 등의 주장으로 한국을 여러번 겨냥해 왔다. 공식석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려 하는 모습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발언도 나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투자 확대, 제조업 부흥 등의 정책 방향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역과 투자확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내에서는 트럼프가 실제 제도권 정치로 편입되면 전투성이 누그러지며 자연스럽게 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회요인보다 위험요인이 훨씬 더 높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는 트럼프와의 인맥이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후보가 퍼스트 레이디, 뉴욕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을 거치며 주류 정치권에서 20년 넘게 머물렀던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도 '아웃사이더'로 칭해지는 트럼프를 접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민주당 정부인 만큼 정부가 공식적으로 접촉하긴 어렵다"며 "트럼프를 개인적으로는 알지는 못하지만 (인맥이 있는 사람을) 리스트업 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류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웃사이더 성향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만 상대국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트럼프 정권의 정책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가 유세 과정에서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등 개인적으로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만큼 의회와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