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로 정치, 외교, 국방, 행정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 당선자의 기록을 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또 하나의 이색 기록을 세우게 됐다. 대통령 취임 선서 연단에 서기도 전에 사기사건에 휘말려 법정 증언대부터 서는 대통령 당선인이 된 것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 법정에 출두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럼프는 이미 예정된 데로 오는 28일 캘리포니아주의 연방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그가 2004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세웠다가 폐교한 부동산투자강좌 '트럼프 대학' 졸업생들이 사기혐의 집단소송에 제기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무려 3만5000달러의 등록금을 냈는데도 제대로 배운 것이 없었다면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트럼프는 대학이 사기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학은 불법 사업으로 4000만 달러를 챙긴 혐의로 뉴욕 검찰로부터도 소송을 제기당한 상태이다.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주 검찰총장은 지난 6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주에 있었던 트럼프 대학의 사기 의혹과 관련해 "이건 절대로 대학이 아니다. 단체 이름부터가 사기"라며 "시작부터 끝까지 다 사기"라고 말한 바있다. 앞서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의 곤살로 쿠리엘 판사는 트럼프에게 대선이 끝나면 법정에 직접 출두하라며 11월 28일로 날짜를 못박았다. 다만 트럼프의 신분은 피고가 아니라 증인이다. 그러나 그가 대학 개설을 주도했고,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던데다가, 직접 대학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기 사건의 피고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출두명령을 받은 직후 약식 판결로 신속하게 종결됐어야 할 사안이 부당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멕시코계인 쿠리엘 판사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맹비난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쿠리엘 판사가 인종적 배경 때문에 공적 책무와 사적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반드시 소송에서 이겨서 대학을 다시 열겠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가 이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 된 만큼 28일 법정 출두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초대형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 당선인을 법정에 세운 판사도, 검찰도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트럼프를 사실상 사기죄로 고소한 원고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한편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30여년동안 사업을 해오며 무려 4000건의 크고작은 소송에 휘말렸다. 문제는 이 중 아직도 진행 중인 건이 75건이나 된다는 점이다. USA 투데이는 9일 트럼프 당선인이 새 정부 출범을 위한 구상들과 함께 무거운 소송 보따리들도 함께 가지고 백악관에 들어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