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료 인선을 준비하는 등 정권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또한 지난 2월 사망한 안토닌 스칼리아 연방대법관의 후임을 찾는 작업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예상 밖 승리로 워싱턴의 주류 정치인들과 미국의 동맹국은 물론 적대적인 국가들까지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도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정권 인수 준비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내각에는 정책통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과 트럼프 캠프의 재무담당 의장을 맡았던 스티븐 너친, 루돌프 W.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공화당 하원의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미 국방부는 9일 아침 트럼프가 이제 오바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밀정보 브리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슈턴 B. 카터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차기 군 최고사령관인 트럼프에게 질서 있는 권력이양을 하게 될 것이라는 밝혔다. 미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아침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통치 아래 미국은 과거와는 다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을 싫어했던 사람들이나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인들에 의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가졌던 이들에게 트럼프가 그들의 챔피언이 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와 경쟁했던 라이벌들 중 한 명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트럼프가 취임 첫 달부터 오바마의 정책을 뒤집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날 MSNBC방송의 ‘모닝 조’에 출연해 “정말 흥분되는 일이다. 일자리를 없애고, 세계 속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실추시켰던 규제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과정에서 트럼프와 앙앙불락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미국인들은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지금 미국이 나아가고 있는 경로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워싱턴 카르텔을 종식시키기로 했고, 고인 물을 빼내기로 약속을 했다. 이제 그런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트럼프 지지자들은 흥분과 기쁨의 도가니 속에서 축배를 들고 있다. 반면 트럼프가 폄하했던 히스패닉과 흑인, 무슬림, 이민자, 여성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NYT는 인종차별적인 극우비밀 조직인 쿠클럭스클랜(KKK)이 공인을 한 트럼프가 앞으로 미국을 이끌어 나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많은 미국인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분의 1 이상의 미국인들은 공포를 느낀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표를 던진 사람들 중 92%는 트럼프가 무섭다고 답했다. 클린턴은 9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요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승리를 인정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나는 그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해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트럼프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에게 (미국을) 이끌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클린턴은 “미국의 높고 딱딱한 천장을 깨지 못했다. 그러나 언젠가, 누군가는 이를 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리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비전을 펼치기 위한 이번 선거에서 이기지를 못했다. 고통스럽다. 이 고통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깊이 분열돼 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미국을 신뢰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또 “미국의 시민으로서 우리의 책임은 좀 더 훌륭하고, 강하고, 공정한 미국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몫을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클린턴은 민주당원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헌법은 법치와 동등한 권리 및 존엄성에 대한 원칙, 종교 및 표현의 자유 등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가치를 존중하고 소중히 간직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가치들을 지켜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제까지 선거과정에서 상처받은 감정과 실망을 던져버리고 미국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그가 성공하길 성원한다. 평화적인 권력 이양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다. 향후 몇 달 동안 우리는 이런 사실을 세계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미국 경제를 침체의 늪으로 빠트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트럼프의 대규모 세금 감면과 기반 시설 투자, 규제 완화 등이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는 기대를 걸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