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노동조합 소속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법률투쟁'에 나서면서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했던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최순실 사태'로 국정이 마비된 데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진두지휘해 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정부가 추진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소속 7개 금융공기업은 지난 7일 내년 1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한 성과연봉제가 무효임을 구하는 본안 소송과 본안 소송이 끝나기 전까지 성과연봉제 도입을 유보해달라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법원에 제출했다.금융노조 소속 금융공기업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공공기관들이 불법적인 이사회 통과를 통해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하는 성과연봉제에 대해 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본안 소송의 경우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처분 신청은 비교적 결론이 빨리 나온다.금융노조는 내년 1월1일 전까지는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해도 대규모 총파업을 통해 도입을 저지할 방침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국민과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성과연봉제인 만큼 연내에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과가 예상보다 늦게 나와 해를 넘긴다고 해도 노조는 총파업을 통해 성과연봉제 시행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성과연봉제 도입 불가를 외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애초 계획을 고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정부는 임 위원장을 콘트롤 타워로 내세워 성과연봉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후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금융공기업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사태가 터지며 사실상 정부의 국정 운영이 불가능해졌고, 성과연봉제 도입의 핵심 역할을 했던 임 위원장 마저 갑작스레 부총리 내정자로 임명되며 금융당국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해졌다. 임 위원장과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 두 경제사령탑이 공존하는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며 금융위와 기획재정부 모두 정상적인 업무 진행이 어려워졌다. 특히 임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부총리 인수·인계 작업을 함께 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하다. 예전처럼 성과연봉제에 힘을 쏟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중 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애초 시중 은행들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한 뒤 금융공기업의 전철을 밟으려 했지만 여론이 정부에 등을 돌리는 모습에 기조를 바꿨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성과연봉제인 만큼 현 상황에서 시중 은행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이유는 없다"며 "금융공기업들까지 법률 투쟁에 나섰는데 얼마나 유지될지 모를 성과연봉제를 이사회가 왜 도입하겠느냐"고 말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임 위원장은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임 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성과 중심 문화 확산 등 금융부문 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며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서만 우리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