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계속 일방통행 중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도 야권·비박의 압박에도 꿈쩍않고 버티고 있다. 그러니 국민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겠는가. 분노다. 이는 거리에서 표출됐다.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에는 20만(주최측 추산)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하야'와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이같은 분위기에 야권 대선 주자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안철수, 박원순, 이재명 등 대부분의 야권 대선 주자들은 '대통령 하야'를 압박하고 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중대 결심을 운운하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적 분노는 12일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이른바 민중총궐기 대회가 이날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국민 분노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노와 함께 스며드는 감정이 불안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반감은 적지 않지만 이와 함께 향후 국가 운영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게 국민 마음 한편에 깔려 있다.만약 야권 주장대로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오늘 당장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1월6일까지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을 제외하면 각 주자들은 한 달 만에 캠프를 차린 뒤 대선 공약을 만들어 내야 한다. 5년 임기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국가 비전과 남북통일 정책 방향, 침체된 경제 활성화 방안 및 실업난 해소책 등을 모두 내놓아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더구나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출마의 기회도 아예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국민의 선택권 자체가 박탈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는 군중의 심리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또다른 국가적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권에게 주문하고 싶다. 무조건적인 대통령 하야 주장보다 현 시국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수습책을 강구해달라는 주문이다.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대안을 야권이 내놓을 때라는 이야기다. 그 단초는 여야 영수회담이 될 수도 있다. 조건을 달고 만나기보다 일단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박 대통령의 결단을 유도하는 게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수권정당의 모습은 투쟁적 이미지 강화보다 안정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장면에서 느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