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의 의료 시스템이 경제난으로 모두 붕괴하고 큰 병원들이 진통제가 없어 응급 수술외에는 모든 수술을 중지하는 상황에 이르자 국민들은 길거리 약초 노점에서 질병을 치료하고 있다. 이에 거리에서 전통적인 약재를 파는 노점상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수도 하라레의 큰 길가에도 수많은 청년들이 거리 모퉁이를 차지하고 약초를 팔고 있다. “고장난 변속기, 끊어진 퓨즈선, 뭐든지 다 고칩니다!”하고 외치고 있는 셰퍼드 무쇼레(34)는 문을 닫은 자동차 정비소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동차 기술자가 아니고 팔고 있는 것도 온갖 종류의 나무껍질, 풀뿌리, 나뭇잎과 약초 이파리 등이다. “변속기와 퓨즈”의 고장은 사람의 성기능을 빗댄 그의 은유법이다. “나는 무슨 병이든 다 고친다. 나는 약초 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통 의사다”라고 그는 AP기자에게 말했다. 야구모자에 성조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그는 구슬 목걸이를 걸치고 스키니 진을 입은 모습이 약초 치료사보다는 힙합 연예인 지망생 같았다. 무쇼레는 자신이 전통 약초나 전통 의약에 대해 배운 게 없다는 것을 시인했으나 “그런 건 필요 없다. 내 꿈에 치료법의 계시가 다 나타난다”고 말했다. 짐바브웨 정부의 의료제도를 담당하는 의약단속국 (MCZ)은 현재 이같이 약초나 건강식품을 파는 노점상의 러시 때문에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들이 이런 것에 속지 말고 일반인들이 마구 파는 약초 종류의 효능이 거짓말이거나 부풀려져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하지만 국민들 다수가 실제로 그런 효과를 맹신하고 있다”고 MCZ 대변인 리차드 루크와타는 말했다. 이 처럼 길가 노점상을 의사로 모신 사람들 중에는 무쇼레를 "나의 주치의"라고 말하는 즈비시네이 니아문데자도 있다. 그는 지저분한 2ℓ 짜리 용기에 든 초록색과 갈색의 용액을 섞은 것을 작은 컵으로 네 컵이나 연달아 마신 뒤 숨을 잠시 멈추고 그가 건네주는 초록색 풀잎 한 뭉치를 입에 넣고 열심히 씹었다. 이들은 이 치료법을 두 달 째 계속해서 효험을 보았다는 주장이다. 파란색 풀잎은 주로 위장 장애를 고치고 시럽형 용액은 “변속기 기능이 떨어진” 그의 정력을 왕성하게 하며 정자 수를 증가 시켰다는 것이다. 짐바브웨 전통 치료사 협회는 길거리 약초노점상 대부분은 협회 명단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문외한으로 단지 약초와 풀을 팔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후죽순 처럼 전국에 만연하고 있는 전통의학 노점상들이 실제로는 다 문외한 돌팔이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병원에 가려면 5달러 이상이 드는 데다가 약품 재고가 떨어졌다며 처방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더 약초꾼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3달러만 들이면 편리하게 무슨 약이든 구해서 우선 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는 없는 약이 없으며 가장 비싼 약인 “암 치료약”도 2.50달러에 불과하다. 흥정만 잘 하면 더 싸게 살수도 있다. 이 약을 파는 니야샤 크웸베야(25)는 수도에서 300km나 떨어진 고향 보차 마을에 한달에 한번씩 가서 풀뿌리를 캔 다음 말려서 가루로 빻아 판다. 미등록 약초꾼인 그는 “내 약은 항암제만 빼놓고는 전부 1달러씩에 판다”고 말했다. 하라레(짐바브웨)= 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