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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비정상의 정상화’는 대통령부터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1.07 14:18 수정 2016.11.07 14:18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지난달 한 언론 보도로 최씨의 국정개입 논란이 불거졌다. 태블릿 PC에 담겨있던 증거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울분과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노동, 언론, 학계 등 각계 각층에서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3일까지 참여한 단체만 전국적으로 1500여 개에 달한다.지난달 29일에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당초 신고인원은 20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5만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2000명)에 달했다. 대학생들은 물론,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여겨졌던 5060세대까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나섰다.대다수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일반인'이 국정에 개입한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노가 워낙 크다보니 최씨나 현 정부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불신 가득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심지어 최씨의 모자, 가방, 신발의 브랜드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검찰 출석 때 벗겨진 신발이 명품 프라다인 것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거꾸로 최씨가 누추한 행색으로 출석했더라도 이미지 세탁을 위한 '쇼'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다.국정농단의 증거가 분명한 데도 대통령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들의 분노가 가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검찰이 최씨를 긴급 체포하고 수사가 시작됐지만 국민들은 검찰을 그다지 신뢰하는 것 같지 않다. 최씨의 혐의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사기미수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공모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800억원을 대기업으로부터 강제 모금했다는 것이다.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는 이제 '최순실 게이트'로 불린다. 수사팀 이름도 '최순실 특별수사본부'다. 대통령은 일찌감치 책임선상에서 빠져나간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상황과도 겹쳐진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점이 있다. 1500여 단체의 시국선언은 모두 사태의 본질에 대통령이 있다고 지목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눈을 부릅뜨고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의 한가운데 대통령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를 해소할 열쇠도 대통령이 쥐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왔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형사소추에서 면제되더라도 대통령에게 책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명을 하고 국정혼란을 바로잡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손으로 선출된 권력이다. '나는 1번을 찍지 않았다'는 논리로 책임을 비껴갈 수 없다. 국가의 대표를 뽑고 권한을 위임한 건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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