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갑작스럽게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청산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의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일 할 당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실상 시인함으로써 한진해운 법정관리 과정에 최씨의 영향력이 행사됐을 것이라는 설들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즉 조 회장이 조직위원장직 사퇴 압력을 받게 된 배경에는 최씨 소유 미르재단에 다른 기업들보다 적은 액수를 출연한 탓에 최씨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압박 여부와 관련 "언론에 다 나왔는데 기사에 나온 것이 90% 맞다"라고 밝힘으로써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회장이 비선 실세인 최씨로부터 미움을 사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가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권에서 흘러나온 각종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출연금을 내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문체부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을 사퇴하게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 의원이 제시한 미르재단 공시자료에 따르면 삼성, SK, 롯데, 한화는 미르재단에 각각 125억원, 68억원, 28억원, 15억원의 출연금을 냈지만 대한항공은 이들보다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출연했다.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조 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요구를 거절했다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노조위원장은 한진해운이 좌초하게 된 배경 뒤에도 보이지 않는 손의 모종의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그는 "한국 해양수산개발원(KMI)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중 한진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 한 바 있었고 한진은 회생 조건 중 하나인 세계 해운동맹 가입을 완료했고 현대는 그렇지 못했는데 굳이 한진을 죽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회장이 올림픽 조직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지난 5월만 해도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이 현대상선보다 훨씬 높게 점쳐졌다. 두 회사 모두 고액의 용선료로 인해 재무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지만 세계 해운 업계에서의 입지나 해운동맹 가입 등 면에서 한진해운이 우위를 보였기 때문이다.당시 한진해운은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7위, 현대상선은 17위권 선사였다. 또 한진해운은 독일, 일본, 대만 해운사들과 '디 얼라이언스'라는 이름의 해운동맹 가입을 완료했던 반면 현대상선은 이에 실패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서 최순실씨의 외압논란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금융당국은 한진과 달리 현대가 현대증권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 자금을 마련했기 때문이에 회생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애초 매각 예상가가 6000억원이던 현대증권이 어떻게 1조2000억원으로 갑자기 팔리게 됐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노조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과거 현대증권에서 사외이사로 일한 적이 있다는 점까지 거론하면서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현대를 살리고 한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진해운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원칙에 대서는 용선료 조정, 사채권자 채무조정, 선박금융 유예, 채권은행 채무조정 등 2015년말 이후 대내외에 천명해왔으며 한진의 경우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종료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