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완승으로 싱겁게 끝나는 듯하던 미국 대선이 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계기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클린턴 후보는 FBI를 상대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결백을 주장하는 등 역풍 차단에 나섰고, 수세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수사 재개에 환영 의사를 표명하는 등 막판 불씨를 살리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아이오와주 데스모이네스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대선을 11일 남겨두고 있고, 투표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실체적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FBI 국장도 이메일이 중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FBI의 이메일 재수사 결정을 과잉해석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클린턴 후보는 이어 “(이메일이) 무엇이든 7월의 결정을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FBI는 앞서 지난 7월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한 바 있다. 클린턴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알고도 개인 이메일 계정을 공무에 사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8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미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사용한 개인 계정에서 새로 발견된 이메일에 기밀 정보가 포함됐는지 재수사할 것임을 밝혔다.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며 수세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FBI의 이메일 재수사에 대해 환영의사를 피력했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뉴햄프셔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범죄 계획(criminal scheme)을 지닌 채 백악관에 입성하는 것을 결코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유세가 시작된 이후 클린턴은 자신이 법 위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워왔다. 또 보안이 취약한 개인 이메일을 사용해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며 그녀의 지도자 자격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는 불과 10여일을 남겨둔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 평균치는 47.3%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42.1%)을 5.2%포인트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셸 여사의 응원 유세 등으로 트럼프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호감도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클린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BI의 이메일 재수사가 대선 승리를 좌초시킬 것으로 보는가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크게 웃으며 퇴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화이트플레인스=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