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11월 8일)이 드디어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과 상·하원, 주지사, 주의회 의원 등을 새로 뽑는 이날 미국에서는 권력의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힐러리 당선 확률 90% 이대로 끝나나= 대선 판세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뉴욕타임스(NYT)/업샷, 파이브서티에이트(538), 프린스턴 일렉션 콘소시엄 등 선거분석기관은 일제히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90%를 웃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은 세 차례의 TV토론에서 ‘3연승’을 거둔 뒤 지지율 상승세를 즐겼다. 전국 단위 지지율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최대 12%포인트 앞선다는 여론조사(24일 ABC뉴스 기준)도 나왔다. 주별 분위기 역시 클린턴에게 우호적이다. 접전이 예상된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은 이미 클린턴에게 넘어갔다.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조지아 등은 여전히 경합주로 남아 지지 후보를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인단 판세는 클린턴의 우위를 여실히 보여준다.일렉션 프로젝션(EP)은 이대로라면 클린턴이 선거인단 과반(270명. 전체 538명)을 훌쩍 넘는 351명(23일 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187명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전략가 스티브 슈미트는 클린턴이 400명을 싹쓸이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각종 막말 논란에도 승승장구하던 트럼프는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터진 성추행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마저 “더 이상 그를 방어할 수 없다”며 지지를 철회했다. 여성, 흑인과 히스패닉, 고학력 백인층은 사실상 그에게 등을 돌렸다. 수세에 몰린 트럼프는 ‘대선 불복’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언론과 기득권이 손을 잡고 클린턴 당선을 지원한다며 선거 조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까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나와 그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넘어 상원 탈환 넘본다= 민주당은 대선 열기를 몰아 상원 탈환을 벼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말기 상원 장악에 성공한 민주당은 지난 2014년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빼았겼다. 공화당이 상·하원 양원 모두를 손에 넣은 것이다.임기 6년의 상원은 2년에 한 번씩 전체 의석 100개 가운데 3분의 1을 재선출한다. 올해는 모두 34명을 다시 뽑는다. 현재 공화당이 54석으로 민주당(44석)을 견제하고 있다. 나머지 2명은 무소속이다. 공화당은 4석 이상 빼앗기면 다수당 자리를 잃게 된다.대선과 맞물려 상원 판세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을 모두 유지하면서 7석만 추가하면 상원을 되찾아 올 수 있다. 538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원 승리 가능성을 각각 67% 대 32% 수준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때문에 상원마저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느낀 공화당 의원들은 부랴부랴 선긋기에 나섰다. 당 차원에서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미주리 등 상원 선거에서 힘든 싸움이 예상되는 지역에 추가 선거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한결 여유로운 클린턴은 적극적으로 상원 선거를 지원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민주당 상원 후보와 공동 유세를 진행하며 트럼프를 방관한 공화당 의원들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날까지 상하원 선거 후보에 대한 지원 사격을 계속할 계획이다. ◇ 공화당, 하원 다수당 지위 지켜낼까= 일각에서는 트럼프 여파로 민주당이 하원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하원 선거만큼은 민주당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 반대를 공식화하고 오로지 하원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임기 2년인 하원은 올해 전체 435석을 다시 뽑는다. 현재 공화당이 247석(과반 218명)으로 민주당(188석)을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의석 차이가 59석에 달한다.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 때인 2010년부터 6년째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 왔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음담패설 파문에 휘말리자 공개적으로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하원 선거에서 20석 이상을 민주당에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실화될 경우 공화당은 2008년 하원 선거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하원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 지는 투표함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민주당이 과반을 달성하려면 현재 의석을 모두 지키면서 30석을 더 얻어야 한다. 10~20석 추가는 가능할지 몰라도 30석은 무리라는 분석이 많다. 양원의 견제와 균형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하원에서만큼은 공화당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정치매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려면 접전지 17곳에서 모두 승리한 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5곳도 확실히 따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공화당 영토로 분류된 지역 최소 8곳에도 승리의 깃발을 꽃아야 30석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 주지사·주의회 선거 ‘또 다른 볼거리’= 주지사 선거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올해는 전체 50주 가운데 12개 지역의 주지사를 새로 뽑는다. 인디애나,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버몬트 등이 접전지로 고려된다. 현재 주지사는 공화당 31명, 민주당 18명, 무소속 1명이다. 이번 선거 이후로도 공화당이 계속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주의회 선거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민주당 주의회 후보 150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소규모 지역 단위로 이뤄지는 주의회 선거에까지 신경을 쓰는 건 드문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주의회 장악에 따른 지역 보수화를 저지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알려졌다. NYT에 의하면 현재 전국의 주의회 99곳 가운데 68곳에서 공화당이 통제권을 쥐고 낙태 반대, 성소수자 권리 제한 등 보수 입법을 추진 중이다.향후 미국 정치 지형은 각각의 선거 결과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다. 클린턴이 트럼프를 제압하고 백악관 입성에 최종 성공할 수 있을지, 공화당이 트럼프 역풍을 극복하고 과연 상하원 참패를 막을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