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26일(현지시간) 의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의를 준비하는 가운데 대규모 시위대가 거리를 메우고 국민투표 중지에 항의하는 행진을 벌였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군중은 카라카스의 주요 간선도로를 봉쇄했으며 학교와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시위대는 시내 주요 기관과 거점을 점령하고 그 동안 세자리수 인플레이션과 경제난 , 식품 의약품등 기초 필수품의 고갈의 장본인으로 지목한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카라카스 외의 다른 주요 지방도시에서도 야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쿠데타”로 지목한 이번 국민투표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반정부 투쟁을 주도하는 야당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마두로는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자신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이번에 여실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지난 주 선관위가 국민소환투표를 중단시키고 이를 위한 서명운동도 중지시키면서 거센 저항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거기에 야당이 주도하는 국회가 투표방해는 실제로 쿠데타와 같다면서 마두로를 재판에 넘길 것을 25일에 가결하면서 시위사태는 한층 격화되었다. 야당은 마두로가 자신의 직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실제로 대통령직을 내던진 거나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콜럼비아국적등 이중 국적자이므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직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이미 오래된, 증명되지 못한 주장이다. 카라카스 시내에서는 훨씬 작은 규모의 친정부 시위도 일어났지만 야당 지도자들은 국민 저항의 날로 지정한 26일의 시위를 마치고 28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부가 계속 국민투표를 불허할 경우에는 11월 3일에 수도 중심부에 있는 대통령궁까지 시위대의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야당의 대규모 항의 시위대가 대통령궁 앞까지 진입한 것은 2002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저항하는 짧은 쿠데타 시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날 국내 언론들은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과 폭력사태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국경지역인 타치라주의 시위에서 한 청년이 복면을 한 시위대와 진압경찰의 저지선 앞에 나와서 “나는 배가 고프다. 내가 배고프다는 이유로 나를 총살하려면 해라!”하고 항의하는 장면의 동영상이 전국에 방영되었다. 26일 수도 카라카스는 정부가 모든 도로와 지하철 역을 봉쇄하는 바람에 시내에 진입할 수가 없었다고 일부 시민들은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