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이후에 손님이 거의 50% 이상 줄었어요. 김영란 메뉴까지 만들었는데도 별 효과가 없네요.”(서울 충무로 A한정식)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한 달을 맞은 가운데 고깃집과 한정식집, 횟집 등의 매출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메뉴의 가격을 내린 업체들이 많지만, 저녁시간 업무성 식사 자체가 줄면서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관공서 근처에 자리잡고 있던 한정식집 등의 경우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종전 메뉴대로면 도저히 단가를 맞출 수 없고, 고객 수가 줄어 영업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들의 하소연이다.실제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서울지역 소재 소기업 400개, 소상공인 800개 등 총 1200개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체감경기지표에 따르면 올 4분기 체감경기 전망지수는 86.5로 나타났다. 서울지역 소기업·소상공인은 올해 4분기 경기상황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이다.체감경기지표는 100을 초과하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경기악화를 뜻한다.(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71%p)조사에 따르면 상시종업원수준(3.1p↓), 고용여력(9.3p↓)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된 조사에서는 1200개 조사 대상 업체 가운데 15.6%가 김영란법 시행이 사업장 매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 업체의 70.2%는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란법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으로는 현실을 반영한 법령 개정(65.6%), 운영자금 지원(43.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폭등을 이어가던 한우 가격도 김영란법 직격탄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0월 한우 1등급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지난달 한우 1등급 가격은 1kg당 전년동기 대비 3.3% 상승한 1만9376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1~21일에는 전년 동기보다 2.8% 하락한 1만8317원에 거래됐다. 2~3등급 평균 도매가격 역시 전년동기보다 3~7% 하락한 1만3400~1만6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 중앙자문회의에 따르면 한우 전문 음식점의 소비는 최소 10%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했다. 이 때문에 10월1일부터 15일까지의 한우 도축은 2만6280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축이 크게 줄었지만 김영란법 시행이 겹쳐 소비가 감소해 가격이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다만 접대 등 업무성 저녁식사가 줄고 가족,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주택가나 대학가 주변의 소비는 다소 활발해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면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메뉴를 개발하는 추세"라며 "달라지는 직장문화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서 가격조정과 가족중심 메뉴 개발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