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를 통한 대통령 연설문 개입 사실을 시인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국민들의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그도 그럴만한 게 박 대통령은 이날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최순실 파문'과 관련한 의혹은 어느 것 하나 해소된 것이 없다. 사과를 하면서도 최순실씨에 대한 수사 강화 의지를 밝히지 않았고, 이를 지휘 감독하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최씨의 국정관여가 언제부터 어디까지 이뤄진건지, 단순히 연설문 수정에 국한한 건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당장 야권에서는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내각총사퇴에 이어 탄핵, 하야 이야기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가 거론되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과연 박 대통령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의 말을 믿고 지시에 따라 충실히 업무에 임할 수 있겠느냐는 탄식이다.무엇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우병우 민정수석의 경질을 비롯한 사태 수습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우 수석이 끝내 자리를 지킨다면 향후 그가 지휘하는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도 '정치 공세'가 이어질 게 분명하다.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미르 의혹 역시 우 수석의 지휘하에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함께 이석수 특별감찰관 문제도 검찰에서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 수석이 지휘하는 수사이기에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최씨에 대해 "(대통령과)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고 한 바 있고,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실장의 이같은 발언은 박 대통령의 사과로 거짓말이 됐고, 국정감사에서 '위증'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이 실장이 실상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면 법적 처벌이 불가피하고, 모르고 그렇게 말했다면 비서실의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어느 경우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같은 이유에서 현재 청와대 비서실은 거의 패닉 상태다.박 대통령은 국정 하반기 그간 중점 추진해온 4대부문 구조개혁을 마무리하고,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 주력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이같은 국정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 의문이다.실제 각종 개혁 과제의 경우 청와대가 사령탑이 돼 내각을 이끌고 가야 하지만 지금의 청와대는 이를 주도할 상황이 아니다. 당장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의 당사자로 의혹에 휘말려 있고, 이 실장은 거짓 증언 여부에 시달리고 있고, 우 수석은 사퇴 촉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인 비서관 3명은 최순실씨와의 관련성 문제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미르 재단의 설립과정에서 재벌 기업의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의 총체적 난국이다.야권은 벌써부터 총공세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 혹은 '탄핵' 이야기가 거론된다. 여당에서도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 마저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권력말임기누수현상(레임덕)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그토록 막고 싶어했던 레임덕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원인이 돼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마지막 명예를 지키려면 최순실씨를 즉각 검찰에 소환시키고, 우 수석을 경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은 1년 4개월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을 넘어 식물대통령으로 남다 끝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통령이 1년4개월 동안 '식물대통령'으로 남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점을 인식해 지금이라도 우 수석 경질을 통해 최씨에 대한 의혹을 모두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대통령이 과연 임기를 다 채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