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의 날'(10월25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자리엔 '금융의 날'이 새로 들어선다. 고도성장 시대에 경제개발에 나선 기업들의 돈 줄 마련을 위해 전국민에게 강권하다시피 권장됐던 저축은 기준금리 1%대 저성장 시대에는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봐야 한다. 저축의 날은 1964년 9월25일 처음 지정됐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원조가 점점 줄어드는 이 때에 경제개발에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조성하자"며 이 날을 기념했다. 저축의 날 10번째 행사에서 의미는 확대됐다. 1973년부터 저축의 날이 10월25일로 미뤄졌고, 전에 따로 지정됐던 '증권의 날'과 '보험의 날'이 저축의 날로 합쳐졌다. 이 날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참석하는, 거창한 행사가 이뤄졌고, 저축을 많이 한 인기 영화배우 등이 포상을 받기도 했다. 저축의 날은 1990년까지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적금상품 가입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매달 적금을 넣었고 저축의 날이면 액수에 따라 '저금상'을 주기도 했다.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한국경제의 성장이 꺾이면서 저축의 날 의미 역시 옅어졌다. 외환위기에 대형 은행들이 사라지거나 정부지원을 받아 연명했다. 금리는 한 자릿 수까지 떨어지면서 투자로서의 적금의 가치는 낮아졌다. 더욱이 2010년 들어서면서 세계의 경기 불황과 기준금리 1%대 시대가 열리면서 저축은 '보관'의 의미로까지 퇴색했다. 자본시장 역시 펀드 등으로 이동했고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국민 재산 증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저금 대신 ISA계좌에 가입하라고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결국 당국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에 열리던 '저축의 날'의 이름을 금융의 날로 이름을 바꾼다. 당국은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감원장 등을 모아 제1회 금융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린시절 학교에서 저축의 날이면 이유도 모른채 강압적으로 저금했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금융의 날로 바뀌는 만큼 평소 국민들이 잘 모르는 금융교육도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