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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주택금융공사의 놀라운 ‘무신경’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6.10.24 14:47 수정 2016.10.24 14:47

"불금 오후 6시에 공지를 띄워 놓고 필요한 사람들은 다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니 말이 됩니까"주택금융공사가 보금자리론 공급을 축소하며 부동산과 대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원금분할상환을 조건으로 하는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인데 주금공은 지난 19일부터 올해 말까지 대출 요건을 강화하고 대출액은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서울이나 주요 수도권에서 사실상 1억원 대출로 집을 마련하긴 어렵다"며 "기존에 충분한 돈을 모아놓지 않은 이상 당분간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유인은 거의 없어진 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주금공이 갑자기 보금자리론을 축소한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주금공은 올해 보금자리론 목표 판매액으로 10조원을 설정했는데 정부의 시중은행 대출조이기 정책 등으로 인해 '풍선효과' 유탄을 맞았다. 주담대가 보금자리론으로 급속히 쏠리며 지난 8월말 누적 판매액이 9조4190억원까지 치솟았다. 최근의 급증세 추세를 고려하면 10월 중순인 현재는 이미 11조원을 넘겼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금공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올해 연말까지는 보금자리론 공급을 일정 부분 축소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책금융기관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가 있으면 대응책을 마련하고 일반 국민들에게 이를 잘 설명하면 된다. 그런데 주금공은 이번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며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했다. 주금공은 보금자리론 축소안을 지난주 금요일(14일) 오후 6시가 지난 뒤에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주금공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종전까지 99개의 게시물이 있었는데 이 중 60% 이상은 조회수가 1000 미만이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주금공 소식을 직접 확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뜻이다. 하물며 '불금'이 시작되는 일과시간 이후 해당 내용을 공지했으니 그만큼 정보 전달 기능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주금공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상의 끝에 변경안을 확정했고, 그때가 오후 6시께였다"며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중요한 사안인 만큼 관련 내용을 곧바로 홈페이지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사안이라는 얘길 듣고 "그럼 왜 별도로 언론 보도자료는 배포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그는 "그럴수도 있었지만 해당 내용 공지 후 몇몇 언론사로부터 관련 기사가 나와서 따로 보도자료는 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개인 의견이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주금공은 14일 오후 공지를 띄웠고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건 15일 오후부터였다. 하룻동안은 보금자리론이 축소됐다는 사실을 언론도 모르고 있었다. 또 다른 주금공 관계자는 "원래 제도 변경 같은 사안은 공지로만 띄울 뿐 따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안이고 공지 시간도 늦었으니 정보 제공을 차원에서라도 보도자료가 더 필요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원래 그래왔기 때문에 추가로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보금자리론 축소 결정이 늘 그래왔듯 공지로만 띄우면 되는 사안이라길래 공지사항 게시판을 다시 확인해봤다. '주택금융 논문 경진대회 예선결과 안내', '주금공 대학생 봉사단 모집', '주택연금 명예홍보대사 모집', '법률자문변호사 모집' 등의 공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앞선 공지 중 보금자리론 대출대상 요건 변경 안내와 같은 중요한 사안은 있지도 않았다. 주금공이 보금자리론을 통해 주택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반발을 의식한건지, 사전 예고도 없이 꺼내 든 변경안을 부담으로 느낀건지, 사안의 중요성을 미리 인지하지 못한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주금공은 올해 8월에만 1만7655건(2조1415억원)이 판매된 보금자리론의 변경 내용을 공모전 결과, 봉사단·명예대사 모집 공고 등과 동급으로 취급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주금공의 무신경과 강심장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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