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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성실 의무’ 우직하게 지키던 27년 베테랑 경찰의 희생

뉴시스 기자 입력 2016.10.23 16:42 수정 2016.10.23 16:42

이틀째 '오패산 총격 사건'을 취재하고 기사들을 써내느라 분주했지만, 고(故) 김창호 경위에 대한 애도의 심정이 가끔씩 밀려오곤 했다. 그는 27년간 근무한 경찰 공무원이자 20대 의경 아들을 둔 아버지였다. 기자에게는 삼촌뻘 되는 경찰 공무원의 순직이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좀 더 밝혀져야 하겠으나 흉악범 검거에 나섰다가 총기 비슷한 무기에 김 경위가 운명했다는 것은 명백하다.흉탄을 맞을 때, 김 경위는 후배와 함께 출동했고 현장에 도착해 자신이 먼저 차량에서 내리겠다고 했다.그리고 그는 살상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조악하게 만들어진 총기와 직면했다. 그는 둔기로 시민을 위협하고 폭발물까지 소지했던 용의자를 붙잡기 위해 추격하다가 흉탄에 맞았다. 그렇게 생전의 마지막 모습을 남기고 그는 현재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안실에 누워 선·후배 동료들을 맞고 있다.동료들은 그를 솔선수범하는 경찰의 전형으로 기억한다. 김 경위와 함께 일한 경찰은 "조용하면서도 솔선수범하고 모범적인 직원"이라고 그를 회고했다.현장에 함께 출동한 김 경위의 후배는 "현장에도 가장 먼저 도착해서 제일 먼저 나갔다가 피습당한 것"이라며 "항상 후배들보다 앞장서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업무에 충실한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이처럼 김 경위는 재직 내내 '성실'을 인정 받아왔다. 그는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 등 각종 표창을 24차례나 받았다.경찰 공무원에게는 법령 준수, 친절·공정, 청렴, 직무전념, 성실 등 다양한 의무가 있다. 이 가운데서 성실 의무는 사실 다른 의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체가 모호하다. 요즘 취업 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에도 쓰나마나한 '성실함'이라는 단어가 금기어란다. 민사재판에서도 "성실하지 못했다"고 따지는 것은 최후의 항변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의 희생은 온갖 대형 사건들을 둘러싼 경찰 간부들의 책임 회피, 불성실한 의무 이행 등이 의혹으로 제기됐던 국정감사 기간이 끝날 무렵 벌어진 일이다. 숨진 김 경위가 직무를 대했던 태도는 '영악할수록 성공한다'는 말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욱 빛난다.경찰의 성실함은 매우 중요하다. 국가 치안,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성실이 밥 먹여 주진 않는다. 가끔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쯤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장에 먼저 나서다가 피해를 입는 것은 자신이다. 죽을 수도 있다. 심지어 성실하게 업무에 임한 것이 융통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책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경위는 경찰의 성실 의무를 우직하게 실천하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일하다가 운명했다. 지금 치안 현장 곳곳에서는 또 다른 경찰들이 묵묵히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일선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 역시 일신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밤낮 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는 경찰을 여럿 접했다.지키기 어렵고 댓가도 불확실한 성실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김 경위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들이 각종 범행현장에서 안전하기를 기원한다. 다시금 김 경위의 명복을 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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