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일련의 북한 내부 동향에 근거해 체제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을 일반화해 김정은 체제 위기론까지 부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정원은 지난 19일 서울 내곡동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체제가 안팎으로 위기를 겪고 있음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강조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냉면값이 절반으로 떨어져도 사 먹는 사람이 없는 실정"이라는 사례까지 들며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 이후 외화가 줄어 소비시장이 얼어붙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외화 조달과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당 39호실 금고에 자금이 고갈됐다고 강조하며,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할 경우 제재 파급 효과로 체제 고립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아울러 핵·미사일 도발에 2억 달러, 제7차 당대회에 1억 달러, 건설에 1억6,000만 달러를 우선 투입하면서 취약한 경제구조에 타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북한 내부 엘리트층과 주민 모두의 불만이 크다고 강조했다. 엘리트층의 경우 계속되는 폭정으로 충성심이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에게 생사 함께할 심복 없고, 권력층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충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가혹한 노역과 수탈로 민심 이반도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 일부 지역에서 전기와 수도가 끊기자 주민들이 시당위원회에 들어가 집단항의한 사례도 전했다. 국정원은 이러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입국 탈북민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증가했다"며 "김정은 집권 5년간 전대미문의 폭정, 결속 약화, 민심 이반 심화, 정권 불안정성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리는 한계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연결해 김정은이 신변에 불안을 크게 느끼면서 폭발물과 독극물을 탐지하는 처리 장비를 해외에서 구입하고,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참수작전의 구체적인 내용 수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부 사례를 섣불리 일반화해 북한 체제가 불안정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1990년대 후반의 대량 탈북과 같은 흐름은 없다"며 "첩보 수준의 북한 내부 동향만을 갖고 체제 균열로 보는 것은 현재 상황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북한 흐름을 조금은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엘리트층의 숙청은 권력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고, 주민들의 경우 김정은이 무리하게 공사판을 벌려놓은 가운데 수해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진 것"이라며 "지금 북한이 모든 역량을 수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는데, 수해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경우 김정은에 대한 북한 내부 지지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