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고 있다.도이체방크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MBS)을 불법 판매했다는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140억 달러(약 15조8000억원)의 벌금을 청구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은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3800만 달러(약 432억원)의 합의금을 물게 됐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도이체방크는 미국 사업 규모 축소를 검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로이터 통신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연방법원에 접수된 문서들을 인용해 도이체방크가 은행들과 공모 해 은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3800만 달러 합의금을 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합의가 도이체방크와 동일한 혐의로 피소된 노바스코티아은행, 바클레이스Plc, HSBC홀딩스, 소시에테제네랄 등 다른 은행들에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투자자들을 대표한 빈센트 브리간티 변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투자자들은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간티 변호사는 또한 투자자들이 다른 은행들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과정에서 도이체방크가 도움을 주기로 한 것도 이번 합의 사항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가 HSBC, 노바 스코샤 은행 등과 매일 비밀 회동을 갖고 은 시세조작을 벌였다고 고소했다. 도이체방크는 또한 노바 스코샤 은행, 바클레이스Plc, HSBC홀딩스, 소시에테제네랄 등과 담합을 통해 금과 금 선물, 금 옵션, 금파생상품 등의 가격을 조작했다는 혐의로도 피소를 당했다. 도이체방크 등 은행들 간 이런 공모는 1999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은행들의 담합을 통해 조작된 은 가격의 규모는 한 해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달 초 발레리 카프로니 연방법원 판사는 도이체방크와 HSBC, 노바 스코샤 은행 등이 20007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카프로니 판사는 그러나 은행들이 가격 왜곡을 통해 이득을 취하기는 했지만 가격을 조작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었다. 지난 4월 도이체방크는 다른 은행들과 공모해 금과 은 시세를 조작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인정하고 고소인들과 손해배상을 위한 합의를 진행해 왔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2005~2007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증권(MBS)을 불법 판매했다는 혐의로 미 법무부로부터 140억 달러(약 15조8000억원)의 벌금을 청구 받는 등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도이체방크가 미국에서 잇달아 벌금 및 합의금 폭탄을 맞으면서 미국 사업을 축소하는 검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감독위원회는 최근 회동에서 미국 사업에 관해 토론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사업 규모를 줄이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헤지펀드 업체인 알제브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인 데이비드 세라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도이체방크는 미국 내 독일 및 유럽 고객들을 상대하는 정도로 미국 사업 규모를 줄일 수 있다. 미국 고객들까지 상대하는 사업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럴 경우 지금 인원의 절반 정도만 있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또 독일 디벨트암존탁의 보도를 인용해 미국 법무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미국 사업 축소를 강요당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도이체방크와 미국 당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업 축소에 대한 내용은 드러난 바가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이체방크가 미 법무부의 벌금과 은 시세 조작에 따른 합의금 등 거액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사업 축소는 도이체방크의 자금 압박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러나 미국에서의 사업 축소는 투자은행으로서는 가장 사업성이 있는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 축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북미지사에는 작년 말 현재 1만842명이 근무 중이다. 이는 전 세계 10만1104명 중 1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