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008년 그리스에 대한 긴급구제 금융 제공 때문에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예산주권을 침해하고 조세법정주의를 위반하는 등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16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는 지난 1999년 유럽단일통화 창출을 지원했던 전 ECB 수석 경제학자 오트마 이싱 독일 괴테대학 교수가 “유로는 현재 형태로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이싱 교수는 최근 유럽의 금융전문지 센트럴뱅킹저널과의 인터뷰에서 ECB가 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관리하면서 위험하게 과도한 대출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로 지은 집(House of Cards: '엉성하다'는 의미)은 언젠가 붕괴될 것”이라며 “단일통화에 대한 실험이 유로화가 도입된 2002년부터 시작된 가운데, 유럽지역 정치에 배신당했다”고 말했다.이어 “현실적으로 한가지 위기에서 다음 위기로 힘들게 나아가면서 겨우 버텨가는 사례가 될 것이다”며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이렇게) 끝없이 갈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싱 교수는 또한 ECB가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 파산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에 동의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EU의 ‘안정성장 협정’(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은 거의 실패했으며, ECB 개입으로 시장 규율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안정성장 협정은 EU 회원국들이 유로화 안정을 위해 정부 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 재정적자는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와 함께 이싱 교수는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주체들 가운데 프랑스·독일 은행들이 특히 그리스 부채에 과다 노출됐다는 점에서 지난 2008년 그리스에 대한 첫 구제금융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유로존에서 그리스를 빼고, 그리스 통화 드라크마화가 회복된 후 ECB가 지원을 했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고 주장했다.지난 해 7월 그리스는 ECB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등으로 이뤄진 소위 ‘트로이카’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 860억 유로(약 112조원)을 받는 대신에 2018년까지 GDP의 3% 수준인 54억 유로 규모의 긴축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 국가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