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여개 국이 온난화를 초래하는 강력한 물질로 알려진 수소불화탄소(HFC)의 사용 및 배출을 금지하는 협약에 전격 합의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15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HFC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협약에 170개 이상 국가들이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 해 12월 체결된 파리협약에 비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덜 집중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협약 내용이 현실화되면 지구온난화 감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약에 따라 HFC가 금지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을 무려 700억t이나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국가들이 연간 방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의 2배에 해당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번 협약 합의에 대해“점증하는 (지구온난화) 위기에 대한 야심차고 광범위한 솔루션”으로 높이 평가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세계최대 HFC 생산국가인 중국과 함께 HFC 감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합의한 바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키칼리에서 가진 연설에서 협약에 대해 “현재 시점, 그리고 미래 세대들을 위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것(협약)은 우리가 일격에 할 수있는 최대”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체결된 일명 ‘파리 협약’은 자동차,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CO2) 감축을 규정한 데 반해, 이번 ‘키갈리 협약’은 에어컨디셔너과 냉장고의 냉매제로 많이 사용되는 HFC의 사용 및 배출에 대해서만 단계적 금지를 규정해놓은 점이 특징이다. 또‘파리 협약’이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다보니 모호하고 각국의 정치적 입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과 달리, ‘키갈리 협약’은 HFC로 타깃을 한정해 구체적인 일정 및 처벌을 규정했다는데 차이점이 있다. HFC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 중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온실 효과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무려 1000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수퍼 온실가스’로도 불린다. HFC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프레온가스, 즉 CFC(염화불화탄소)의 대체물질로 1980년대에 개발됐다. 국제사회는 1989년 1월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CFC의 사용을 금지한 바있다. 그러나 CFC의 대체재인 HFC 역시 중국 및 인도 등 개도국에서 에어컨과 냉장고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위험성이 급증했다. HFC는 인공 호흡기 및 절연용 발포 고무에도 포함돼있다. NYT에 따르면 이번에 합의된 키갈리 협약의 내용은 당초 미국이 추진했던 원안에 비해선 다소 약화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과 일부 선진국들은 전 세계적으로 오는 2021년 HFC의 사용을 동결하고, 2046년쯤에는 HFC 수준을 2012년의 15% 수준으로까지 낮추는 안을 추진했다. 만약 이 안이 최종 협약에 반영됐다면 2050년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이 약 900억t이나 감소하는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안은 냉장고와 에어컨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인도 등 일부 개발도상국들의 반대로 채택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합의된 협약은 세계 각국을 경제 수준에 따라 3 그룹으로 나눈 다음, 각 그룹에 따라 HFC 목표를 부과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 등 선진국들 경우엔 2018년 HFC 생산과 사용을 중단하고, 2036년쯤에는 HFC를 2012년의 1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원안보다 강화된 셈이다. 중국,브라질, 아프리카 등은 2024년에 HFC 사용을 동결하고, 2045년쯤에 HFC 양을 2021년의 20% 수준으로 감축하도록 했다. 인도, 파키스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일부 열대 국가들 경우엔 2028년에 HFC 사용을 중단하고, 2047년 쯤에 2025년의 15% 수준으로 HFC 양을 줄이도록 했다. 뉴시스